김성열 지음/페이퍼로드/ 368쪽/2만5000원
《코포릿 아메리카(Corporate America)》는 미국에서 ‘미국의 기업 세계’를 칭하는 대명사처럼 쓰는 말이다. 뉴욕에서 상무관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세계의 규칙을 만드는 미국식 자본주의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회사의 주인인 주주를 위해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을 중시하고, 주주 제안 등을 통해 주주가 회사 전략 설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보장하고 있다. 쉴 새 없이 사고파는 주식 거래 속에 회사의 주인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는 점도 미국 회사 제도의 특징이다.
미국의 회사법은 △기업의 소유자 △기업을 소유한 오너와 기업의 관계 △오너가 주주, 채권자 등 제3자에게 지는 책임 관계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과 통제하는 사람 △기업과 정부의 관계 등 기업의 본질과 관련된 다섯 가지 문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회사 유형은 다양하지만 결국 회사는 회사의 주인인 주주의 이익 실현을 위해 존재한다. 경영진의 판단과 자율도 존중되지만 이들의 권리도 주주와 회사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기본적 전제를 충족해야 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일반적인 현대식 미국 자본주의에서 이런 명제는 큰 의미를 갖는다. ‘주주의 목소리’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말 없는 주주를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 반대하는 주주를 제압하기 위해 많은 사람과 기관들이 뛰고 싸우는 것이 미국식 자본주의의 한 단면이다. “미국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기업 사냥꾼의 행동주의 투자가 상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도 주주라는 회사의 주체를 중심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기업 친화적이라는 미국도 기업에 활동의 자유를 100%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경영자, 주주, 채권자 등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관계자의 이해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회사법 제도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과 미국은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을 뿐더러 한국의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미국의 제도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의 회사 제도를 이해하는 것은 미국 시장 개척을 위해 현지에 법인을 세워 운영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리스크·성과 관리 차원에서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중장기적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