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9일 한글날에 맞춰 개관하는 국립한글박물관. 25일 전시장을 미리 찾은 관람객이 한글을 형상화한 설치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내달 9일 한글날에 맞춰 개관하는 국립한글박물관. 25일 전시장을 미리 찾은 관람객이 한글을 형상화한 설치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서울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이곳 정문에서 용산가족공원 방향으로 100m 정도 걷다 보면 지하 1층, 지상 3층의 건물 한 동이 눈에 들어온다. 한글 모음 글자를 만든 배경인 천·지·인을 형상화해 켜켜이 쌓아 올린 모양이다. 한글과 한옥을 모티브로 삼은 건축이 인상적이다.

이곳은 한글날인 다음달 9일 문을 여는 국립한글박물관. 25일 언론 설명회를 통해 공개된 한글박물관은 관람객 맞이 준비가 한창이었다.

국립한글박물관 전경
국립한글박물관 전경
박물관 연면적은 1만1322㎡로 큰 규모는 아니다. 현관에 마중 나온 문영호 초대 관장은 “박물관으로는 중형 규모이며 중국 허난성에 있는 중국문자박물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여는 국립 문자 박물관”이라고 소개했다. 20여년 전부터 한글학회 등이 한글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을 제기해왔고 1443년(세종 25년) 한글이 창제된 지 571년 만에 박물관을 열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현관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2층 상설전시실이 관람객을 맞는다. 유물을 잘 보존하기 위해 빛을 최대한 막아낸 다른 박물관과 달리 화사한 햇살이 박물관 안으로 쏟아진다. 상설전시실에선 ‘한글이 걸어온 길’이라는 주제의 전시를 준비 중이다.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월인석보뿐 아니라 생활 속 한글 사용을 살펴볼 수 있는 한글 편지, 한글 악보, 공병우 타자기 등 700여점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조선시대 외국어 교본이었던 첩해신어(일본어), 몽어유해(몽골어), 청어노걸대(만주어) 등을 보면 한글이 우리 생활뿐만 아니라 외국과의 교류에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 알게 해준다. 한글박물관은 총 1만여점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이 중 제례를 익히는 한글 놀이판인 ‘습례국’,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 ‘훈맹정음’ 등 7500여점은 독지가 34명으로부터 기증받은 것이다.

3층 기획전시실에선 ‘세종대왕, 한글문화 시대를 열다’ 전시회를 볼 수 있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주제로 삼아 세종대왕 어보, 용비어천가 순치본 등을 전시했다. 한글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미술 작가들의 작품도 보인다. 기획전시실 맞은편엔 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생이 뛰어놀면서 한글을 배울 수 있는 체험공간 ‘한글놀이터’가 있다. 구글이 지원한 ‘한글배움터’는 한글이 낯선 외국인이 한글의 자모와 구조를 쉽게 알도록 대형 모니터와 터치스크린 등을 마련했다.

관람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가면 한글에 관한 서적을 모아놓은 도서관 한글누리를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 후원으로 만들어진 한글누리는 한글과 문자 중심 자료를 중점적으로 수집하면서 일반인에게 검색, 열람,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박물관은 요일에 따라 오전 9시부터 오후 6~9시까지 운영한다. 월요일은 휴관한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