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띄우는 편지 같은 피아노 공연"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61·사진)이 생애 첫 피아노 독주회 전국 투어에 나선다. 정 감독은 1974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피아니스트로서 주가를 높였으나 이듬해 줄리아드 음악원 지휘과에 입학하면서 지휘자의 길을 걸었다. 누나인 정명화·경화와 함께한 ‘정 트리오’ 공연이나 지난해 피아노 연주와 지휘를 함께했던 베토벤 삼중협주곡 공연 등을 통해 가끔 ‘피아니스트 정명훈’을 볼 수 있을 뿐이다.

25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 감독은 “프로페셔널한 피아니스트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공연은 아니다”며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일종의 ‘편지’와 같은 공연”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내달 5일 경남 창원 성산아트홀을 시작으로 12일 대구 시민회관, 12월27일 서울 예술의전당, 내년 1월10일 경기 고양 아람누리, 1월12일 대전 예술의전당으로 이어진다.

이번 공연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12월 내놓은 첫 피아노 독주 앨범 덕분이다. 아들 정선씨가 독일의 유명 음반사인 ECM 프로듀서로 일하게 되면서 만들어진 음반으로 클래식 음반으론 드물게 발매 9개월 만에 1만장 이상 팔려나갔다. 손녀딸을 위한 드뷔시 ‘달빛’과 막내아들 결혼식 때 연주했다는 슈베르트 즉흥곡 G플랫 장조 등 개인적 인연이 깊은 곡을 담았다.

공연에선 음반에 수록된 드뷔시 ‘달빛’과 쇼팽 녹턴 D플랫 장조, 슈만 ‘아라베스크’ 등을 전반부에 연주하고 후반부는 쇼팽 발라드 1·4번과 녹턴 C샤프 단조, 브람스의 ‘피아노를 위한 4개의 소품’을 들려줄 예정이다. “전반부가 아이들을 위한 선곡이라면 후반부는 어른을 위한 선곡”이라고 설명했다.

지휘자 정명훈과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만난다면 어떤 곡을 연주하고 싶을까.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하고 싶어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대등하게 진행되는 곡이에요. 그만큼 지휘자와 피아니스트의 호흡이 중요한 곡이죠. 실력도 둘 다 좋아야 하고요.” 4만4000~13만2000원. (02)558-4588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