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앞둔 다음…카카오가 '장악'
다음달 1일 카카오와 공식 합병을 앞둔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에 대대적인 인사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합병법인인 다음카카오 18개 팀장 자리 중 13개는 카카오 출신이 장악했다. 나머지 5개 자리에만 기존 다음 본부장급 인사가 내정됐다. 20명에 달하던 기존 팀장급은 팀원이나 지원 성격 스태프로 내려앉는다.

25일 다음과 카카오에 따르면 합병회사의 조직과 인사가 최근 확정돼 팀장급 18개 보직에 대한 인사 결과가 내정자들에게 개별적으로 구두 통보됐다. 조직 개편과 인사 결과는 다음달 1일 공식 발표된다.

이석우·최세훈 공동대표 체제

다음카카오 초대 의장에 오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다음에 대대적으로 ‘체질 개선’ 메스를 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의장은 국내 1위 포털 네이버와 정면 승부하기 위해 검색 뉴스 등 다음의 핵심 서비스 역량 혁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서울대 공대 86학번 동기이자 삼성SDS 입사 동기이기도 한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김 의장이 본격적인 포털 미디어 플랫폼 진검승부에 들어간 셈이다.

다음카카오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인 김 의장 밑에 이석우 카카오 대표와 최세훈 다음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도록 했다. 공동대표 아래에는 18개 팀을 두고, 각 팀 밑에 셀과 파트 등을 두는 조직도를 그렸다. 최 대표는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경영기획팀(가칭)장을 겸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또 다른 경영지원 조직인 홍보(PR), 대외협력(CR), 사회공헌(CSR) 등을 총괄하는 새로운 팀 리더를 겸직한다. 두 회사 대표가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조직 실무를 겸직하도록 한 것은 합병 조직을 서둘러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다.

기존 다음의 간부가 팀장으로 유임된 곳은 최 대표가 팀장을 맡는 경영기획팀을 포함해 검색을 총괄하는 검색팀, 뉴스 등을 서비스하는 미디어팀, 광고를 담당하는 비즈니스팀, 마이피플 및 솔(SOL)메일 등을 서비스하는 솔팀 등 다섯 곳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해외투자개발팀과 카카오톡팀 카카오토픽팀 등 13개팀은 카카오 출신이 맡을 예정이다.

다음카카오의 주요 팀장에 다음 출신이 상당수 배제된 사실이 알려지자 다음 내부에서는 ‘카카오 점령군’ ‘대학살’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후발 주자인 카카오가 국내 정보기술(IT) 1세대 기업인 다음을 사실상 흡수하는 모양새의 합병(M&A)을 결정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는 자조도 흘러나온다.

합병 앞둔 다음…카카오가 '장악'
다음 ‘구조조정 폭풍 ’ 불안감

다음은 직원들에게 매달 현금성으로 제공하던 자기계발비 및 마일리지 등 복지 제도를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 수준을 일률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데 대해서도 불가 방침이 공표돼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통합조직의 인사고과를 통해 개별적으로 연봉 상승분을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팀원급에 대한 구조조정 불안감도 높다. 다음달 1일자로 팀장급 인사 조직 발령을 낸 뒤 팀장급 이하 셀 및 파트 소속 팀원급도 보직 변경 등 인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같은 조직 개편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음의 조직 개편은 네이버와의 경쟁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음이 뚜렷한 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장에 ‘혁신적 변화 신호’를 줘야 한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카카오와의 합병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김 의장이 다음의 체질을 개선해 카카오와의 합병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조직 문화를 이른 시일 내에 화학적으로 통합하기 위해 조직을 다시 꾸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민성/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