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자유무역구는 오는 29일로 출범 1년을 맞지만 구체적 시행세칙이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기업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
상하이 자유무역구는 오는 29일로 출범 1년을 맞지만 구체적 시행세칙이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기업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9월29일 상하이 자유무역구가 출범할 당시 상하이가 ‘제2의 홍콩’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출범 1주년을 앞둔 지금은 “다른 지역보다 자유로운 게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다”(파이낸셜타임스)는 냉소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상하이 자유무역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금융 개방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다른 서비스업 역시 세부 규정 미비로 외국자본 기업 진입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빗장 안풀고 '제2의 홍콩' 되겠다니…갈 길 먼 상하이 자유무역구
상하이 자유무역구는 중국 정부가 개혁·개방 정책을 확대하기 전 과연 이들 정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시험해보기 위해 설립됐다. 주요 정책은 △일부 금지 업종을 제외한 외국인 투자 자유화 △무역 및 통관 간소화 △금융 개방이었다.

통계상으로 적잖은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 상하이 자유무역구 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9월 출범 이후 올해 7월 말까지 자유무역구에 1만1807개 기업이 생겨났다. 이 지역에 지난 20년간 등록한 기업 수(약 8000개)보다 더 많다.

하지만 이 같은 외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기업과 유관기관들은 인색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외국자본에 개방하는 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 세칙 마련이 너무 더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아트프린터 디자인문구 등을 제조하는 비핸즈는 올해 2월 자유무역구에 중국 현지법인 상하이예안국제무역유한공사를 설립했다. 민은주 상하이예안국제무역공사 매니저는 “그동안 두 차례 한국으로부터 물건을 들여왔는데 통관과 관련해서 별다른 혜택이 없었다”며 “세관 측에 물어보니 아직 구체적인 시행령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는 자유무역구에 병원 설립을 추진했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설립 인가가 나지 않았다. 결국 중국의 한 병원과 합작으로 상하이의 다른 지역에 병원을 설립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금융 분야 개방이 지지부진하다는 것도 상하이 자유무역구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당초 중국 정부는 △자유무역구 내에 설립된 외국계 금융회사에 본토 주식 채권 투자 허용 △금리자유화 △외국자본에 대한 금융서비스업 전면 개방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실행에 옮겨진 것은 300달러 이하 예금에 한해 금리를 자유화한 것 정도에 불과하다.

이규엽 금융감독원 베이징사무소 대표는 “인민은행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3대 감독기관 간의 주도권 다툼 등으로 자유무역구를 통해 금융개방을 실험하려던 중국 정부의 계획이 제대로 실행에 옮겨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