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자영업 탈출구를 찾아라] "4년 알바 경험이 창업 자산됐죠"
“엄밀히 말하면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했던 4년이 모두 창업을 위한 준비기간이었습니다.”

지난 6월 서울 화곡동에 커피전문점 ‘비나’를 연 김태희 씨(27·사진). 개점 3개월 만에 수십명의 단골을 확보했다. 덕분에 작은 규모(14석)에도 월 350만원의 순수익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뒤 10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으며 피아노학원 강사로 일하던 김씨는 2010년부터 서울 중림동의 한 개인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2년 정도가 지나자 문득 ‘커피전문점을 창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숍 손님들과 대화를 하고 커피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접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때부터 김씨는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예비 창업자’ 자세로 일했다. 손님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가게를 구석구석 살피고 관찰했다. 가게 주인으로부터 신메뉴 개발과 원두 선택 등의 노하우도 전수받았다. 당연히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다. 쉬는 날에는 서울 시내 커피숍들을 돌아다니면서 맛을 보고 상권을 분석했다.

준비기간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아르바이트생으로 2년을 더 일하고서야 창업시장에 뛰어든 것. 김씨는 5년여간 모은 돈 5000여만원을 ‘올인’하기로 했다. 적은 자본인 만큼 가게 규모가 작더라도 성장성이 있는 곳을 찾아야겠다고 판단했다. “좋은 목을 찾기 위해 몇달 동안 발품을 팔았습니다.” 김씨는 그렇게 화곡동 주택가의 한 상가점포를 찾아냈다. 은근히 유동인구가 많았지만, 인근에 경쟁력 있는 커피전문점이 없어 매력적인 위치라고 김씨는 판단했다.

자리를 결정한 뒤에는 메뉴 개발과 수요 분석에 나섰다. 거리에서 설문지를 돌리며 주민들의 커피 취향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서비스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다른 커피전문점이 10~12잔의 음료를 마실 때 1잔의 공짜 커피를 제공하는 점을 고려해 5잔의 음료를 마실 때마다 1잔의 커피를 증정하는 전략을 세웠다. 그는 아직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않고 혼자서 일하고 있다.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0시에 문을 닫는 강행군이다. 그래도 완전히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혼자 버텨보겠다는 각오다. 김씨는 “눈에 띄는 ‘대박’을 낸 것은 아니지만, 동네 주부나 자취생들이 ‘단골’이라면서 찾아올 때마다 절로 뿌듯해진다”며 “지난 4년간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