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게…가죽 재킷 걸치고 진짜 사나이들이 왔다
메트로섹슈얼, 꽃미남, 레옹족…. 새로운 남성상과 관련된 신조어들은 대부분 ‘부드럽고 세련된 남자’를 묘사하고 있다. 백화점에 부쩍 많아진 남성 패션매장도 그렇다. 몸에 착 붙는 실루엣과 화려한 원색을 강조한 도시남자 패션이 쇼윈도를 가득 채운다.

하지만 세상 모든 남자가 메트로섹슈얼을 원하지는 않는다. 해외 브랜드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거칠고 강인한 느낌을 강조한 ‘마초 브랜드’들도 속속 상륙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마니아층의 열렬한 지지 속에 조용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상남자 패션’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영국 브랜드 ‘벨스타프’는 지난 22일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국내 첫 매장을 열었다. 1924년 탄생한 벨스타프는 섹시한 라이딩 재킷으로 라이딩 룩의 진화를 이끈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는 초창기에 의류업체 최초로 고급 면을 천연오일로 코팅한 ‘왁스 코튼’ 소재를 개발했다. 방수 기능이 뛰어나면서도 공기가 잘 통하는 왁스 코튼으로 만든 라이딩 재킷은 장거리 질주를 즐기는 모터사이클 마니아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벨스타프는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와 남성적 이미지의 영화배우 제임스 딘, 브래드 피트, 이완 맥그리거, 톰 크루즈,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입은 옷으로 알려졌다. 영국 인기 드라마 ‘셜록’과 영화 ‘어벤저스’ 등에 주인공의 주요 의상으로 노출되며 인지도를 높였다.
강렬하게…가죽 재킷 걸치고 진짜 사나이들이 왔다
코트와 여성 의류를 포함해 다양한 제품이 나오지만, 강인하고 남성적인 디자인 DNA를 유지하며 ‘모터사이클 마니아라면 꼭 한번 입고 싶어하는 옷’의 명성을 지키고 있다.

미국에서 온 ‘크롬하츠’도 특유의 마초 스타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서울 청담동 매장에서는 의류와 액세서리를 고루 취급하며,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선 액세서리만 팔고 있다. 특히 흑단나무와 콘크리트로 인테리어한 청담동 매장에 가 보면 이 브랜드 특유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다.

크롬하츠는 1988년 모터사이클에 열광하던 리처드 스톡과 그의 부인이 실버 주얼리와 가죽 의상을 기반으로 만든 브랜드다. 고전적인 디자인을 거부하고 창의적인 컬래버레이션(공동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크롬하츠의 시곗줄을 단 ‘롤렉스’ 시계, 록 밴드 롤링 스톤즈에 헌정하는 주얼리, 유명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와 함께 만든 꽃병 재떨이 그릇 등이 대표작이다.

남성성을 강조하는 스타일로 카모플라주(군인들의 위장용 얼룩무늬) 패션을 빼놓을 수 없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 이탈리아 ‘발렌티노’의 카모플라주 스니커즈는 들어왔다 하면 곧바로 팔려나가는 인기 상품으로 꼽힌다.

이 스니커즈는 해병대 전역 후 ‘마초 배우’로 거듭난 현빈 등이 신고 나와 유명해졌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강인한 남성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열광하는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