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부터 외국 나가면 놀아봐야 아이디어 생겨"
“우리부터 외국 관광을 외유라며 낮게 취급해요.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외국에 나가면 일만 하지 말고 관광을 해야 하는데 해보질 않으니 책에서 정책이 나오는 겁니다.”

제41회 관광의 날(27일)을 맞아 26일 관광 진흥 유공 산업포장을 받은 강우현 남이섬 대표(61·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부터 외국에서 많은 것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동화 작가인 강 대표는 평범한 유원지였던 남이섬을 2001년부터 운영해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지난해 남이섬 방문객은 267만여명. 이 중 67만명이 외국인 관광객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세월호 여파로 곳곳에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강 대표는 “남이섬 관광객은 15% 늘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비결은 관광객의 지갑을 열려고 하지 말고 마음을 열라는 것.

“보통은 손님들 지갑을 열게 하자는데 돈을 벌려는 건 일회성이죠. 그러니 바가지 씌우기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부터 어디서 돈을 쓰려면 조심스러운데 누가 선뜻 지갑을 열겠어요. 마음을 열면 지갑을 열게 됩니다. 돈벌이보다 감동을 주면 다시 찾게 되죠.”

남이섬에선 국제도예페스티벌을 비롯해 매년 200여회의 공연과 전시가 끊이지 않는다. 계절을 타지 않는 것도 남이섬이 꾸준히 발전하는 이유다. 그는 “수영장이나 스키장 같은 곳은 여름, 겨울에만 장사할 수 있어 지속성이 떨어진다”며 “스키장이 여름 매출을 올리려면 워터파크 같은 고비용 투자를 해야 하지만 남이섬은 사계절 내내 열리는 축제가 사람들을 이끈다”고 설명했다.

“한 철 장사만 하려면 1년 내내 가난하니까 바가지요금을 받을 수밖에 없죠. 여기에 고질적인 커미션까지 붙어요. 8000원짜리 밥을 먹는데 커미션이 2000원이면 결국 밥은 4000원짜리가 나옵니다. 식당 주인도 이윤을 남겨야 하니까요. 남이섬에선 단돈 1만원으로 하루 종일 놀 수 있어요. 우리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려 하기보다 사람들 스스로 ‘남이섬은 다르다’ ‘시간 남는데 남이섬이나 갈까’라는 말이 나오게 했죠.”

그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더라도 남의 성공 비결은 제일 먼저 제외한다. 제주 등 다른 지역에 제2, 제3의 남이섬을 준비하고 있다는 강 대표는 이곳을 단순히 남이섬과 비슷한 관광지로 만들지는 않을 생각이다. 지역 특성을 살려 고유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남이섬을 매번 새롭고 색다른 곳으로 꾸민다는 강 대표는 “관광은 ‘심리전’”이라고 말했다. 예상치 않은 부분까지 배려받는다고 생각하면 꼭 다시 찾는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남이섬엔 이슬람 신자들을 위한 기도실이 그들 말로 쓰여 있어요. 이걸 본 이슬람 사람들은 좋아할 수밖에 없죠. 관광은 심리전이에요. 기분을 파는 사업이란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