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즐거운 寄附
‘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이 뜨겁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에 대한 관심과 후원을 얻기 위해 시작한 기부 운동으로, 참여자는 얼음물 샤워를 하거나 기부를 하고 이후 다시 대상자 세 명을 지명해 참여하게 하는 릴레이 방식의 기부다.

릴레이 방식의 기부가 이뤄진 것이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처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거창하고 딱딱해 보이는 기부를 즐거운 이벤트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부는 거부(巨富)가 아니더라도, 사회사업에 관심이 많지 않더라도, 특별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줬다.

흔히 기부라고 생각하면 거액을 소유한 자산가가 특별한 목적을 위해 하는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기부는 뉴스에 나올법한 특별한 일이고,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 있는 사람들만이 하는 감동적이고 존경받을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분명 기부는 필요한 일이지만 내가 아닌, 훌륭한 독지가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됐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면서 기부에 대한 생각과 실행 방법이 바뀌고 있다. 그야말로 즐거운 기부를 권하는 사회로 진화한 것이다.

KAIST에는 ‘뛰어서 남 주는 이상한 달리기’라는 모토의 ‘카이스트런’ 캠페인이 있다. 마라톤에 참가하는 참가자들이 카이스트런 홈페이지에 개인 기부 페이지를 만들고 이를 이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해 응원하는 사람들로부터 후원을 받는 기부 캠페인이다. 카이스트런은 개인별 스토리가 담긴 모금 페이지를 지인들과 바로 공유할 수 있고, 모바일로도 쉽게 기부가 가능하다. 2013년 592명이 참여해 1900여만원을 모금했다. 모금 행사를 통한 자선냄비, ARS 모금 등 소수를 대면해 이뤄지던 기부 문화가 자신의 경험을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SNS를 만나 창의적으로 진화하면서 즐거운 기부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기부는 사회의 성숙도와 비례한다고 한다. 기부 같은 의미 있는 일을 서로에게 권할 수 있다면 분명 건강한 사회일 것이다. 이제 기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즐거운 기부를 권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고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루 1000원, 한 달 1만원으로 누구나 얼마든지 기부할 수 있다. 오늘부터 당장 기부를 실천해보자. 즐거운 기부에 참여해보기를 권한다.

이수영 < KAIST 발전재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