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와 경제적 자유를 신봉하는 학자들의 모임인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MPS)’는 큰 정부가 아닌 작은 정부, 재정 확대에 반대하는 자유시장과 감세, 그리고 엄격한 통화관리를 경제철학으로 삼고 있다. 정부가 능력과 정보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 개입하면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크다고 본다.

MPS가 중심이 된 자유주의가 첫 성공사례를 만든 것은 바로 독일 ‘라인강의 기적’이다. 1949년 스위스 셀리스베르크에서 열린 제2회 MPS 총회에 참석해 회원이 된 루트비히 에르하르트는 당시 서독 재무장관이었는데 생산통제를 철폐하고 가격을 자유화하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1956년엔 MPS 베를린 총회를 유치했고, 이 자리에서 ‘자유 세계의 경제전략’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1963~1966년 총리를 지내며 전후 40여년 서독 경제를 번영시킨 경제 기적을 이뤄냈다.

MPS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1970년대다. 선진국이 경기침체 상황에서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휘말리면서다. 정부 개입과 간섭을 주장해온 케인스주의는 수세에 몰리고 선진국은 위기 극복을 위한 처방으로 자유주의에 다시 주목하게 됐다.

영국의 부흥을 이끈 마거릿 대처 총리(1979~1990년 재임)는 MPS 창립자인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를 불러 자주 자문했다. 대처 총리는 대학 재학 시절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1944)을 읽고 감명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의 경제정책도 자유주의가 그 바탕이다. 레이건은 규제 완화와 시장경제정책을 과감히 추진해 장기 호황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의 경제정책 ‘레이거노믹스’를 만든 경제관료 77명 가운데 22명이 MPS 회원이었다는 사실도 잘 알려진 얘기다.

권영설 논설위원 k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