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레스토랑 베라짜노, 료께띠 파스타·모둠 해산물…300여종 와인과의 '마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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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 Taste
伊 유명 와이너리 인증…샹들리에로 고풍스런 분위기 살려
한우 스테이크와 제철 해산물 한꺼번에 맛보는 '플래터' 인기
伊 유명 와이너리 인증…샹들리에로 고풍스런 분위기 살려
한우 스테이크와 제철 해산물 한꺼번에 맛보는 '플래터' 인기
유명 레스토랑들이 밀집한 서울 청담동 압구정로데오역 근처의 한 골목길에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2층짜리 건물이 있다. 언뜻 가정집처럼 보이는 이곳은 국내 최초의 와인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베라짜노’다.
2002년 문을 연 베라짜노는 이탈리아의 유명 와이너리인 ‘카스텔로 디 베라차노’의 공식 인증을 받은 곳이다. 카스텔로 디 베라차노는 토스카나주 그레베 지역에 있는 와이너리로 ‘키안티 클라시코’라는 와인으로 유명하다. 베라짜노 곳곳에는 라벨에 새겨진 이탈리아 탐험가 조반니 다 베라차노의 초상화와 이탈리아와 토스카나 지방의 지도가 걸려 있다.
베라짜노는 오후 6시에야 문을 연다. 은은한 조명이 잔잔하게 주변을 밝혀준다. 형광등은 전혀 없는 대신 매장 곳곳에 샹들리에가 있다. 매장을 총괄하는 이시은 캡틴소믈리에는 “은은한 조명이 손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며 “고풍스러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샹들리에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베라짜노는 10명 이상이 한번에 앉을 수 있는 1층 홀과 조용한 공간에서 은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2층 룸으로 구성돼 있다. 1층의 테라스석은 포도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한 벽면을 와인 마개로 장식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2층에는 룸이 4개 있다. 도서관, 가정집 등 방마다 다른 콘셉트로 꾸며 놓은 것이 특징이다. 가장 인기가 있다는 도서관 룸에 자리를 잡았다. 김지영 총괄셰프와 이 소믈리에가 음식을 함께 내왔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라는 말과 함께 육류와 해산물을 한 접시에 담은 ‘플래터’가 나왔다. 한우등심과 양갈비, 왕새우, 관자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메뉴다. 고기는 안심과 등심 중 선택할 수 있다.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고기 대신 연어와 전복 등이 들어간 해산물 모둠 콤비네이션으로 바꿀 수도 있다.
해산물 모둠은 철에 따라 다르게 준비된다. 9월에는 조개찜이 나온다. 이 소믈리에는 “해물의 신선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조리 전 구매 단계에서 사진을 찍어 예약한 손님에게 보내준다”며 “자체적으로 품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예약 취소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에는 10월이 제철인 굴을 활용한 메뉴를 내놓을 예정이다.
생면을 이탈리아 전통음식인 뇨키 모양으로 만든 ‘료께띠 파스타’는 김 셰프가 개발한 메뉴다. 밀가루 반죽부터 조리까지 김 셰프가 직접 한다.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여유를 갖고 정찬을 음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셰프 스페셜 그란데 베라짜노’라는 코스 메뉴를 주문하면 좋다. 캐비아 관자구이, 아스파라거스 카망베르 필로 구이, 푸아그라, 스테이크 등이 차례로 나오는 메뉴다. 세 시간여에 걸쳐 와인과 함께 제공된다.
와인 레스토랑답게 300여종의 와인을 보유하고 있다. 인근의 레스토랑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베라차노 키안티 클라시코는 6만원대에 맛볼 수 있다.
이곳은 기업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투자회사 경영진이 투자자와 함께 이곳을 찾는 일이 많다. 이 소믈리에는 “레스토랑 내에서 우연히 마주쳐 비즈니스가 시작된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연예인 단골손님도 많다. 연말이 되면 ‘연기대상 시상식이 열리는 것 같다’는 말이 종업원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다. ■ 김지영 총괄셰프 “단골들 지루하지 않게 이틀마다 메뉴 바꿔요”
“원작을 모르는데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떠났죠.”
베라짜노의 총괄셰프인 김지영 셰프는 지난해 유럽 여행길에 올랐다. 베라짜노의 셰프가 된 지 4년이 됐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럽의 음식이 어떤지 실제로 체험해보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김 셰프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있는 베라짜노의 오리지널 레스토랑을 비롯해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을 찾아다녔다. 휴가는 한 달까지 길어졌다. ‘이왕 온 것 확실히 배우자’라는 생각을 했다. 김 셰프는 “어떤 요리법을 배웠다기보다 분위기와 느낌을 배웠다”고 했다.
김 셰프가 가장 신경을 쓰는 점은 단골손님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셰프는 이틀마다 코스에 곁들이는 메뉴를 바꾼다. 김 셰프는 “단골손님 위주로 매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메뉴가 고정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어떤 새로운 요리를 내놓을까 매일 고민한다”고 말했다.
와인 레스토랑이다보니 와인과 요리의 조화가 중요하다. 김 셰프는 국내에서 와인박람회 등 시음행사가 열리면 이시은 소믈리에와 함께 찾아가 다양한 와인의 맛을 본다. 김 셰프는 “식사 전체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와인과 잘 어울리는 요리를 내놓기 위해 깊이 있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리에 화려한 장식을 쓰거나 맛이 강렬한 소스를 사용하면 와인의 맛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며 “소스 대신 육즙 자체가 소스가 되는 조리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사진=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02년 문을 연 베라짜노는 이탈리아의 유명 와이너리인 ‘카스텔로 디 베라차노’의 공식 인증을 받은 곳이다. 카스텔로 디 베라차노는 토스카나주 그레베 지역에 있는 와이너리로 ‘키안티 클라시코’라는 와인으로 유명하다. 베라짜노 곳곳에는 라벨에 새겨진 이탈리아 탐험가 조반니 다 베라차노의 초상화와 이탈리아와 토스카나 지방의 지도가 걸려 있다.
베라짜노는 오후 6시에야 문을 연다. 은은한 조명이 잔잔하게 주변을 밝혀준다. 형광등은 전혀 없는 대신 매장 곳곳에 샹들리에가 있다. 매장을 총괄하는 이시은 캡틴소믈리에는 “은은한 조명이 손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며 “고풍스러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샹들리에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베라짜노는 10명 이상이 한번에 앉을 수 있는 1층 홀과 조용한 공간에서 은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2층 룸으로 구성돼 있다. 1층의 테라스석은 포도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한 벽면을 와인 마개로 장식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2층에는 룸이 4개 있다. 도서관, 가정집 등 방마다 다른 콘셉트로 꾸며 놓은 것이 특징이다. 가장 인기가 있다는 도서관 룸에 자리를 잡았다. 김지영 총괄셰프와 이 소믈리에가 음식을 함께 내왔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라는 말과 함께 육류와 해산물을 한 접시에 담은 ‘플래터’가 나왔다. 한우등심과 양갈비, 왕새우, 관자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메뉴다. 고기는 안심과 등심 중 선택할 수 있다.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고기 대신 연어와 전복 등이 들어간 해산물 모둠 콤비네이션으로 바꿀 수도 있다.
해산물 모둠은 철에 따라 다르게 준비된다. 9월에는 조개찜이 나온다. 이 소믈리에는 “해물의 신선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조리 전 구매 단계에서 사진을 찍어 예약한 손님에게 보내준다”며 “자체적으로 품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예약 취소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에는 10월이 제철인 굴을 활용한 메뉴를 내놓을 예정이다.
생면을 이탈리아 전통음식인 뇨키 모양으로 만든 ‘료께띠 파스타’는 김 셰프가 개발한 메뉴다. 밀가루 반죽부터 조리까지 김 셰프가 직접 한다.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여유를 갖고 정찬을 음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셰프 스페셜 그란데 베라짜노’라는 코스 메뉴를 주문하면 좋다. 캐비아 관자구이, 아스파라거스 카망베르 필로 구이, 푸아그라, 스테이크 등이 차례로 나오는 메뉴다. 세 시간여에 걸쳐 와인과 함께 제공된다.
와인 레스토랑답게 300여종의 와인을 보유하고 있다. 인근의 레스토랑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베라차노 키안티 클라시코는 6만원대에 맛볼 수 있다.
이곳은 기업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투자회사 경영진이 투자자와 함께 이곳을 찾는 일이 많다. 이 소믈리에는 “레스토랑 내에서 우연히 마주쳐 비즈니스가 시작된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연예인 단골손님도 많다. 연말이 되면 ‘연기대상 시상식이 열리는 것 같다’는 말이 종업원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다. ■ 김지영 총괄셰프 “단골들 지루하지 않게 이틀마다 메뉴 바꿔요”
“원작을 모르는데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떠났죠.”
베라짜노의 총괄셰프인 김지영 셰프는 지난해 유럽 여행길에 올랐다. 베라짜노의 셰프가 된 지 4년이 됐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럽의 음식이 어떤지 실제로 체험해보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김 셰프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있는 베라짜노의 오리지널 레스토랑을 비롯해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을 찾아다녔다. 휴가는 한 달까지 길어졌다. ‘이왕 온 것 확실히 배우자’라는 생각을 했다. 김 셰프는 “어떤 요리법을 배웠다기보다 분위기와 느낌을 배웠다”고 했다.
김 셰프가 가장 신경을 쓰는 점은 단골손님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셰프는 이틀마다 코스에 곁들이는 메뉴를 바꾼다. 김 셰프는 “단골손님 위주로 매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메뉴가 고정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어떤 새로운 요리를 내놓을까 매일 고민한다”고 말했다.
와인 레스토랑이다보니 와인과 요리의 조화가 중요하다. 김 셰프는 국내에서 와인박람회 등 시음행사가 열리면 이시은 소믈리에와 함께 찾아가 다양한 와인의 맛을 본다. 김 셰프는 “식사 전체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와인과 잘 어울리는 요리를 내놓기 위해 깊이 있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리에 화려한 장식을 쓰거나 맛이 강렬한 소스를 사용하면 와인의 맛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며 “소스 대신 육즙 자체가 소스가 되는 조리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사진=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