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의 맛과 멋 상상케 해
세상을 바꿀 이미지 남기기를"
최재천 < 국립생태원 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jaechoe@nie.re.kr >
한국관광공사는 2020년 관광대국을 목표로 ‘이매진 유어 코리아(Imagine your Korea·상상하세요, 당신만의 대한민국)’라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만들었다. 그동안 내걸었던 슬로건들에 비하면 한층 세련된 느낌이다. 가령 ‘코리아 스파클링(Korea Sparkling)’은 국가가 운영하는 무슨 광천수회사 광고처럼 들리기도 했고, ‘코리아 비 인스파이어드(Korea, be Inspired)’ 역시 홍보의 대상이 외국인인지 자국민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브랜드 슬로건은 사람들의 기억에 강력한 이미지를 남기려는 언어 표현이다. 따라서 단어 조합이나 문구는 짧아야 한다. 지구촌에 혁신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애플의 슬로건 ‘달리 생각하라(Think Different)’는 달랑 두 단어이고, 나이키의 ‘그냥 해(Just Do It)’와, BMW의 ‘최상의 운전기계(The Ultimate Driving Machine)’라든지, 또 웬디스가 맥도날드와 버거킹 등 거대 체인에 맞서고자 개발한 ‘고기는 어디에?(Where’s the Beef?)’ 역시 너더댓 단어를 넘지 않는다. ‘이매진 유어 코리아’도 겨우 세 단어로 미국 앨라배마주 관광 슬로건 ‘경이로움을 나누다(Share the wonder)’와, 호주의 ‘끝이 없는 나라, 호주(Australia unlimited)’를 합쳐놓은 듯 간결하면서도 포괄적이다. 적어도 프랑스 자동차회사 시트로앵이 2007년 주절주절 늘어놓은 슬로건 ‘시트로앵이 당신을 위해 뭘 해줄 수 있는지 상상하기만 하면 된다(Just imagine what Citroen can do for you)’에 비하면 얼마나 산뜻한가.
브랜드 슬로건에는 종종 이미지 로고가 동행한다. ‘I♥NY(I love New York)’는 글자와 심볼이 절묘하게 조합돼 티셔츠와 자동차 범퍼를 장식하며, 안전하고 매력적인 도시로 변모하는 뉴욕의 모습을 세계에 널리 알린 기획의 쾌거였다.
‘이매진 유어 코리아’의 로고 디자인은 슬로건에 비해 간결미와 깊이가 좀 아쉽다. K팝의 익숙함과 두 팔을 벌려 환영하는 따뜻함에 전통 색동을 입혀 다양함까지 두루 표현했지만, 석 줄 글자에 색동저고리가 아래를 떠받치는 디자인은 한눈에 담기 다소 버겁다. 하지만 유려한 저고리 라인에 상모돌리기의 형상을 표현해 2002년 한국이 월드컵을 개최하며 세계를 향해 부르짖었던 슬로건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의 역동성을 이어받은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오는 29일부터 10월17일까지 3주간 평창에서는 약 2만여 명의 생물다양성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2)가 열린다. 시뻘겋던 민둥산이 반세기 만에 푸른 숲으로 탈바꿈한 현장, 또 앞으로 통일 한국의 출범과 함께 세계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거듭날 비무장지대(DMZ)를 이 손님들이 상상하길 기원해본다. 한국관광공사의 마케팅 노력으로 생태에 음식, 한류 등 다양한 한국의 관광 매력이 더해져 ‘상상 그 이상의 놀라운 체험’을 모든 방한객들에게 안겨주길 바란다.
최재천 < 국립생태원 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jaechoe@nie.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