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형기 신반포1차 재건축 조합장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조합 사무실에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단지의 주민공동시설과 아파트 동(棟) 배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한형기 신반포1차 재건축 조합장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조합 사무실에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단지의 주민공동시설과 아파트 동(棟) 배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지금 재건축 단지에 투자한다면 5~6년 안에 입주할 수 있는 단지를 골라야 합니다.”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 단지로 떠오른 반포동 신반포1차아파트(반포 아크로리버파크)의 재건축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형기 조합장(56)은 “재건축 사업의 성패는 속도가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처럼 말했다.

한 조합장은 신반포1차를 재건축해 아크로리버파크를 탄생시킨 데 이어 이웃한 신반포3·15·23차·경남아파트 등 4개 단지와 합친 5300여가구 규모의 통합재건축 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그는 17년간 표류하던 신반포1차 를 불과 2년반 만에 최고의 랜드마크 단지로 탈바꿈시켰다. 부동산 투자로 거액을 번 재테크 고수이기도 하다.

○반포 통합 재건축 ‘주목’

이달 아파트 공급 역사상 최고 분양가(3.3㎡당 4130만원) 기록을 세운 신반포1차 재건축 사업은 20년 전인 1994년 시작됐다. 그러나 17년 넘게 허송세월을 했다.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달라 다툼과 소송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상황은 2011년 9월 한 조합장이 등장하면서 급변했다. 그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사업을 밀어붙여 불과 2년반 정도 만인 작년 12월 아크로리버파크란 이름으로 1회차 분양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현재 2회차분을 분양 중이다. 2회차분 분양가는 3.3㎡당 4130만원으로 국내 아파트 분양 역사상 가장 높다.

조합원들은 한 조합장의 리더십이 재건축 사업 성공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한다. 이 단지의 재건축엔 복병이 많았다. 무엇보다 아파트의 층수에 대한 서울시 정책이 오락가락했다. 시장이 바뀌면 한강변 아파트 층수에 대한 정책이 달라졌다. 20·21동 주민들은 통합재건축과 분리재건축을 오가면서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고비 때마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2012년 3월에는 덕수궁 앞에서 1500명이 참석한 인허가 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듬해 8월에는 서초구청 앞마당에서 20동·21동 통합을 둘러싼 문제를 담판짓기 위한 집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삭발도 마다하지 않았다.

재건축 과정이 지긋지긋할 법도 하지만 그는 신반포1차와 이웃 4개 단지를 하나로 묶는 통합 재건축사업을 시작했다. 10년 동안 내분을 겪은 신반포3차를 비롯한 이웃 단지 주민들의 호응이 크다.

○속도 빠른 재건축단지 골라야

정부의 지속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덕에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고 한 조합장은 전했다. 그는 “부동산은 심리”라며 “정부가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줬다”고 설명했다.

다만 분위기에 휩쓸려 무턱대고 재건축 아파트를 사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분양가상한제라는 복병이 있어서다. 한 조합장은 “아무리 강남의 입지가 좋은 곳이라도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시세보다 낮게 일반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며 “분양 수익이 줄면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조합장은 속도가 빠른 재건축 단지가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조합 집행부가 투명하게 일을 처리하는지, 조합원 간 단결이 잘 되는지 반드시 사전에 짚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시점에선 목표수익률을 낮게 잡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이미 재건축 기대감이 시세에 많이 반영돼 있어서다.

그는 재건축이 앞당겨진 강남권 중층단지는 10~20년까지 길게 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 조합장은 “중층 단지들이 일제히 사업을 벌이면 심각한 전세난이 일어날 수 있어 서울시가 쉽게 재건축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거주도 하면서 장기적으로 재건축을 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