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와 독일의 경계에 있다. 영유권이 수차례에 걸쳐 두 나라 사이를 오갔던 탓일까. 스트라스부르는 알자스 전통에 두 나라의 영향이 더해져 매우 독특하고 이중적인 문화를 품고 있다.
알자스 지방에는 나무를 뼈대로 한 목골(木骨) 가옥이 많다. 독일이나 스위스에도 목골 가옥은 있지만 알자스의 집에는 지붕에 창이 비교적 많다. 교통 요지에 자리해 외세의 침입이 잦다 보니 다락에 비상 식량을 저장하는 창고를 두는 것을 법으로 정했고, 음식이 썩지 않도록 지붕에 환기창을 냈기 때문이다. 목골 가옥들이 가장 아름답게 보존되고 있는 곳은 라인강과 론강이 합류하는 지점의 ‘프티 프랑스(Petite France)’다.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집들이 운하에 반사돼 데칼코마니를 이루는 모습은 작품이다.
‘작은 프랑스’라는 뜻의 예쁜 지명이지만 유래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프랑수아 1세 시절(재위 1515~1547) 많은 사람이 매독에 걸렸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다녀온 이후 함께 건너온 매독균이 유럽 전체로 퍼졌던 것이다. 지금은 페니실린 투여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당시에는 에이즈와 같은 불치병이었다. 당시 알자스 사람들은 매독을 ‘프랑스 질병’이라 불렀고 매독 환자들을 격리해 이곳 병원에서 치료한 이후 ‘작은 프랑스’라고 부른 것이다. 그후 제분업자나 가죽 제조자들이 프티 프랑스에 자리 잡았다. 아직도 ‘방앗간 길(Rue des moulins)’이나 ‘무두장이 도랑(Rue du fosse des tanneurs)’ 같은 이름의 거리를 찾을 수 있다.
구텐베르크의 동상과 슈크르트의 조화
강변을 따라 걸음을 옮겨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향했다. 프랑스에는 수많은 노트르담 성당이 있지만 스트라스부르에서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1176년에서 1439년에 걸쳐 건축된 이 성당은 1874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높이가 143m로 지금도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높은 성당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천문 시계가 눈에 들어온다. 매일 낮 12시30분이면 시계 태엽 인형들이 움직이기 시작해 한 바퀴를 돈다. 위쪽의 인형들은 예수의 열두 제자, 아래쪽의 인형들은 인간의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상징한다. 삶과 죽음이 순환하는 모습에 많은 관광객이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바라본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두 블록 정도를 더 걸으면 구텐베르크의 동상이 서 있는 광장이 나온다. 유럽에서 최초의 금속 활자를 만든 구텐베르크는 1434년 고향인 마인츠를 떠나 당시 신성로마제국령이었던 스트라스부르에서 1440년 무렵까지 금속 세공기술을 연마했다. 그가 1452년에 금속활자본 성경을 인쇄해 인류사에 기록될 수 있었던 것은 스트라스부르에서의 6년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쉼터로 쓰이는 광장에는 회전목마가 움직이고 있다. 그 맞은편에는 알자스 전통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들이 영업 중이다. 빨간 천막이 눈길을 끄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슈크르트(choucroute)에 감자와 소시지가 올라간 메뉴를 골랐다. 알자스의 전통 음식 슈크르트는 양배추를 절여서 발효시킨 것인데, 첫 느낌은 시큼하고 정체 모를 야릇함이 강하다. 하지만 맥주는 더없이 시원하고, 알자스 지방의 화이트 와인은 기분 좋게 청량하다.
여행 정보
파리 동역(Est)에서 스트라스부르까지 일반 열차로 4시간, 테제베로 2시간20분 걸린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입장이 자유롭다. 천문시계의 태엽 인형을 보기 위해서는 오전 11시40분부터 낮 12시20분 사이에 2유로를 내고 입장해야 한다. 태엽 인형이 돌아가는 동안에는 출입이 잠시 통제된다. 관광안내소에서 스트라스부르 패스를 구입하면 박물관, 대성당, 유람선, 자전거 등을 무료 또는 할인가로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10.9유로, 3일간 유효하다. 도시는 하루면 다 볼 수 있는 규모로 인근 지역과 묶어서 1박2일 일정으로 여행하는 것이 좋다. 스트라스부르 관광안내소(otstrasbourg.fr)로 문의하면 된다.
나보영 <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