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전하는 게 유일한 해법입니다. 그리고 위기를 타개하려면 모두의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사진)은 ‘진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권 사장은 28일 전화통화에서 “지위가 높을수록 더 낮은 자세를 견지하고, 직원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며 “그것이 직원들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이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를 이끌다 지난 15일 4년 만에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한 권 사장은 20년 만의 노조 파업이라는 발등의 불을 꺼야 하고, 동시에 올 상반기 대규모 적자(1조2925억원)를 흑자로 돌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권 사장이 취임 후 가장 공을 들이는 일은 직원들의 마음을 잡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3일 울산 본사 정문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맞았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추고 악수하며 “노사가 함께 손을 잡고 새출발할 수 있도록 큰 마음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이튿날 아침엔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인사했고, 퇴근 시간에도 직원들을 배웅했다. 25일에도 출근길 문 앞을 지켰다. 그는 앞으로 당분간 ‘출근길 악수’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 사장은 ‘임원과 직원 간 벽 없애기’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취임 후 구내식당 칸막이를 없애고 직원들과 함께 줄 서서 밥을 먹었다”며 “처음엔 낯설어하던 직원들이 이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한 회사의 직원은 한가족이며 가족 간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권 사장의 진심이 통했는지 알 수 없지만,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 23일부터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예상보다 크게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당황한 노조 집행부는 당초 26일까지로 예정됐던 투표 마감시한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한 상태다.

권 사장은 “직원들의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면 그건 혼자 한 게 아니라 많은 임원, 관리자들이 같이한 것”이라며 “직원들이 회사에 불만을 갖고 있다면 그건 회사가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찬반투표가 어떻게 결론 나든 그간 제기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