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금융위기 이후 '뉴 머니' 몰리는 유망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도 6년이 넘었지만 세계 경제 앞날을 예측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위기 이전보다 영향력이 커진 심리 요인과 네트워킹 확대로 상황이 순식간에 바뀌는 ‘절벽 효과(cliff effect)’ 때문에 앞날을 내다보기가 더 힘들어졌다. 다른 분야보다 세계산업 분야에서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예측이 힘들면 힘들수록 산업을 비롯한 각 분야에서 차별화 현상은 더 심해진다.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금융위기 이후에 나타나는 차별적인 경쟁우위 요소를 포착해 잘 대응할수록 금융위기 이전보다 빨리 우량기업에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형성되는 세계산업 환경은 그 고착 정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글로벌 스탠더드형’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사태, 유럽 재정위기 등과 관계없이 위기 전부터 지속되고 또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 환경이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금융위기 이후 '뉴 머니' 몰리는 유망산업은…
다른 하나는 양대 위기를 거치면서 새로운 규범 아래 새로운 세계산업 질서로 부각되고 있으나 아직 시스템이 없는 불안정한 ‘젤리형’ 산업환경이다. 이 밖에 기존 질서의 반작용으로 향후 세계산업 환경과 각국 경제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디스토피아’ 현상도 뚜렷하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르게 큰 변화가 일고 있고, 앞으로도 변화가 예상되는 곳이 산업 분야다. 증강현실 시대를 맞아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차별화 혹은 고부가 제품을 통한 경쟁우위 확보 요구가 증대된 반면 후발기업들은 창의 혁신 개혁 융합 글로벌 등 다각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 격차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새로운 공급 여건이 정착되고 있다.

수요 여건 면에서는 트렌드의 신속한 변화에 따라 고부가 제품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반면 이들 제품 소비에 드는 비용을 무료 콘텐츠 제공 등을 통해 줄여나가는 이율배반적인 소비 행태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빅세일, 무료서비스 요금 등으로 대변되는 ‘공짜’ 소비행위가 정착되면서 한편으로 시장경제와 산업 근간을 흔들어 놓고 있다.

세계산업환경 변화에 따라 산업 구조도 정보, 통신, 모바일 등과 같은 첨단기술 업종이 국부 창출의 주력 산업으로 부각되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각국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노동, 자본에서 지식과 정보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기술 업종이 발전하면 할수록 두터워지는 빈곤층을 겨냥한 비즈니스(BOP) 산업과 빠르게 확산될 디스토피아 현상에 맞춰 ‘루디멘터리 산업(rudimentary business·쓰레기 폐기물 등을 다루는 산업)’이 부상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띤다.

이 때문에 금융위기 이후 급변하는 세계산업 환경에서 미래 유망 산업군에 대한 올바른 전망은 경제주체의 합리적 선택과 자원 배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산업환경을 둘러싼 일련의 변화는 새로운 개념의 산업 패러다임과 트렌드를 이끌며 미래성장 수요를 창출하는데, 이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이동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산업 환경의 주요 트렌드를 보면 정치·법규 측면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 등에 따른 정부 영향력이 확대되고, 자국 산업의 보호조치가 강화되고 있다. 거시경제 면에서는 세계경제가 저성장을 지속하며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도 문제다.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는 고령화 등으로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네트워크와 소통문화, 지식·감성 등 무형가치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현상이 뚜렷하다. 기술 면에서는 혁신의 고도화와 가속화가 특징이며, 제조업이 서비스화하는 등 산업구조 측면에서 위기 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산업 환경 요인을 토대로 나타나는 많은 트렌드 가운데 이종 산업 간 컨버전스 확산에 따라 산업 경계가 허물어지고 새로운 제품과 산업 영역이 창출되고 있는 점이 뚜렷하다. 경기침체 속에서 산업 간 컨버전스가 기업의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의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기술, 비즈니스 모델, 프로세스 등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업계 간 융합 역량이 생존의 핵심요소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기술(IT) 향상에 따라 IT산업과 제조업, 서비스와의 융합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성숙기에 접어든 전통산업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시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자동차, 조선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지능화와 무인화 시스템이 요구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기업은 IT와 소프트웨어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기 이후 풀린 ‘뉴 머니’도 갈수록 유망산업에 몰리는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국내 기업도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산업 환경과 구조개편, 그리고 현 정부의 신산업 정책에 맞춰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미래산업 환경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