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들의 지난 5년(2009~2013년)간 논문실적 현황을 보면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한다는 서울대의 비전이 무색해진다.

서울대 교수 2040명 중 51명(전체의 2.5%)은 지난 3년간, 21명(1%)은 5년간 논문을 한 편도 쓰지 않았다. 여기에 5년간 5편 미만의 논문을 펴낸 교수가 136명(6.6%)에 달해 부진한 연구실적을 일부 교수에 국한된 문제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국내 최고 학부인 서울대 상황은 교수사회의 ‘철밥통’ 깨기에 나선 중앙대와 비교하면 더 심각하다. 중앙대에선 5년간 논문을 한 편도 안 쓴 교수가 4명(전체 교수 994명의 0.4%)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이들 교수에게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내려 한 학기 강의를 못하게 했다.
○정년 보장받으면 논문도 확 줄어

연구와 ‘담’을 쌓은 교수들이 서울대에 안주할 수 있는 이유는 연구실적을 매년 평가할 때 제대로 된 기준(최소연구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탓이다. 서울대 연구처 등에 따르면 서울대는 교수 업적을 평가할 때 별도의 ‘최소연구기준’이 없다. 다만 신임교수 임용이나 승진 또는 정년보장(테뉴어) 심사 때만 최소 연구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일단 정교수가 돼 정년을 보장받으면 연구를 강제할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것이다.

반면 다른 대학에선 최소연구기준을 ‘1년에 논문 1편’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교수평가에서 무조건 최하등급을 받는 등 불이익이 주어진다.

대학 교수가 정년을 보장받으면 논문 실적이 급감한다는 사실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서울대 및 주요 국립대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08년 이후 테뉴어를 받은 서울대 교수들의 논문 실적은 테뉴어를 받기 직전 1년간 6.7편이었으나 테뉴어를 받은 후 4년 동안은 연평균 3.9편으로 줄었다. 정년보장 후 논문 급감 현상은 다른 대학도 비슷하다.

국립대 중에선 전북대만 유일하게 테뉴어 직전 1년간 1.8편에서 테뉴어 후 4년간 연 평균 4.4편으로 오히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 번 테뉴어를 받은 교수도 2008년부터는 최소 2년에 한 편의 논문을 의무적으로 쓰도록 한 규정 때문이다. 전북대에선 이 기준을 못 채우면 안식년을 받을 수 없고 신임 교수 채용 심사 위원 등으로 참여하지 못한다.

○페널티 도입하고 인센티브 늘려야

서울대엔 최소연구기준이 없다 보니 논문 실적이 저조한 교수에 대한 특별한 불이익 규정도 없다. 열심히 연구하는 교수에 대한 유인책도 부족하다. 연구에 매진하는 교수나 연구와 담을 쌓은 교수나 대우엔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갑자기 동료 교수가 논문을 많이 내면 ‘저 친구 왜 오버하지’라고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물론 서울대도 단과대학별로 교수평가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해 연구를 장려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성과급 차이가 미미해 유인책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서울대 교수 중 33명이 성과급을 받지 못했고, 8명만이 최고액인 1212만원을 받았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성과급으로 400만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선 서울대가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도약하려면 최소연구기준을 도입하고 인센티브를 늘리는 등 강력한 개혁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