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위기 맞은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2011년 11월10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보름 뒤인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2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공식 발표했다. 시민운동가 출신 시장이 처음으로 내놓는 예산안이라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다. 당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가 ‘사회투자기금 3000억원 조성 사업’이다.

박 시장의 핵심공약인 이 정책은 서울시와 민간 기업이 1500억원씩 부담해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협찬을 받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당시 박 시장은 “정부와 영리·비영리기관이 경계를 넘어 협력하는 시대적 변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그 사업은 어떻게 됐을까. 우선 3000억원으로 예정됐던 기금 규모는 시의회 심의를 거치면서 1000억원으로 줄었다. 김용석 서울시의회 의원(새누리당)에 따르면 관련 조례안이 통과된 2012년 11월부터 이달 초까지 모금한 사회투자기금은 161억4000만원이다. 이 중 순수 민간기업이 낸 돈은 30억40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131억원은 아이쿱소비자생협연합회 등 사회적 금융기관을 비롯한 서울시 중간지원기관 11곳이 낸 돈이다. 서울시 정책을 위탁받은 기관들이 돈을 냈다는 의미다. 순수 민간기업 모금액인 30억4000만원 중 30억원은 시 금고은행인 우리은행이 냈다.

게다가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기부금을 모집하는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가 법적으로 기부금을 모집할 수 없다고 안전행정부가 유권해석을 내린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기금을 활용해 시정에 반영하겠다는 게 잘못된 건 아니다. 기금을 일자리 창출에 쓰겠다는 취지도 좋다. 하지만 박 시장이 대표로 활동했던 시민단체 시절,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낸 것과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장으로서 기금을 모으는 건 천지차이다.

본지가 3년 전부터 이런 부작용을 지적할 때마다 ‘걱정하지 마라’고 큰소리를 쳤던 서울시 공무원들은 다 어디로 갔나.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