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 시스템에도 적용
새는 물 센서로 잡아내
대다수 발전소는 기기 운영에 필요한 전기를 외부에서 공급받는다. 그러나 이곳은 자체적으로 생산·비축한 전기를 쓸 수 있기 때문에 발전소를 돌리는 데 필요한 전기의 35%만 밖에서 끌어다 쓴다.
미래형 에너지 이용 시스템이지만 눈앞에 성큼 다가온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의 한 사례다. 지능형 전력망으로 불리는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은 기존 전력망을 정보기술(IT)로 연결해 전기가 모자라고 남는 곳을 파악한 뒤 효율적으로 전기를 배분하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크게 태양광패널과 ESS, 운영체제(OS)로 구성된다.
ESS는 전기를 담아두는 그릇이다. 저장한 전기를 나중에 꺼내 쓸 수도 있고, 남을 경우엔 필요한 곳에 팔 수도 있다. 언제 담아뒀다가, 언제 흘려보낼지는 OS가 결정한다.
정보를 주고받는 스마트 그리드 인프라가 구축되고, 가정에 소규모라도 발전 시스템을 갖추면 일반 개인도 한국전력처럼 전기를 팔 수 있다. 전기를 모아놨다가 전체적으로 전기 사용량이 많은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한전에 전기를 역으로 흘려보낼 수 있다. 흘려보낸 만큼 계량기 검침은 거꾸로 돈다. 모은 전기가 쓴 전기보다 많아지면 오히려 돈을 벌게 된다. 전기 소비자에서 공급자로 변신하는 셈이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미국 샌디에이고에서는 이런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정보시스템(SI) 업체인 LG CNS가 이런 스마트 그리드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서숙련 LG CNS 스마트그린솔루션연구소장은 “더 많은 발전소를 지어 전기 공급량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필요한 곳에 전기를 제때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만 만들어 주면 전기 부족 현상은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그리드 솔루션은 비단 전기 에너지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수자원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이른바 ‘스마트 워터 그리드’다. 상수도의 가장 큰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흘려 보낸 물의 양과 일반 가정에서 사용한 물의 양이 다르다는 점이다.
투입한 수량과 사용한 수량 간에 차이가 난다는 것은 중간 누수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얼마나 중간에서 물이 새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 워터 그리드 시스템을 구축하면 물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센서를 구간마다 설치해 지자체 상수도에서 흘러나간 물이 어디서 넘치고 있는지 추적할 수 있다.
LG CNS는 수도권의 한 지자체와 이런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상수관 교체 시기가 될 때마다 센서를 달아 스마트 워터 그리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서 소장은 “현재는 누수가 발생하면 누수 탐지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며 “수도관을 새로 설치하는 신도시에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공간을 일반 주택에서 빌딩, 도시 단위로 확대하면 ‘스마트 그린 솔루션’이 된다. LG CNS는 2010년 6월부터 20개월 이상 연구인력을 투입해 빌딩부터 도시까지 에너지 효율화라는 관점에서 통합관리하는 스마트 그린 솔루션을 세계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 스마트그리드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어느 곳에 전기가 남아 돌고 모자라는지를 파악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배분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