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민주주의는 납세자를 타락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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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20년 주민세 못 올리고
복지 비용은 부자·기업에 떠넘겨
무책임 부도덕한 주장만 활개짓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
복지 비용은 부자·기업에 떠넘겨
무책임 부도덕한 주장만 활개짓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
한국은 법인세에조차 3단계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매우 특이한 국가다. 대부분 국가는 단일세율을 쓴다. 그만큼 세금은 내기 싫고, 불평등도 견디지 못한다. 인간은 평등해질수록 조그만 불평등도 견디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지금 한국인이 바로 그렇다고 봐야 하지 않을지….
법인세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전가된다는 것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반기업 정서는 종종 어처구니 없게도 법인세 증세를 주장한다. 인간과 계약을 혼동한 결과다. 법인세 명목세율이 높을수록 각종 감면도 많아진다. 이는 국가들의 속임수요 그만큼 자의적 행정이 많다는 것이다. 39% 법인세율의 미국 기업들이 실제로 내는 세금은 법인 과세소득의 20% 이하다. 한국의 실효세율도 그런 수준이다. 애플에 대한 법인세 특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아일랜드의 명목 법인세율은 12.5%지만 애플은 2%만 냈다.
더구나 한국의 부가세는 10%다. 중국조차 17%다. 유럽의 대부분 복지국가는 20% 이상의 부가세를 유지한다. 스웨덴은 25%다. 보편적 복지는 보편적 세금으로 하는 것이 맞다. 조세부담률이 높은 나라는 부가세 등 간접세 비중이 높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복지는 보편적으로, 세금은 선별적으로’라는 주장이 하늘을 찌른다. 한 달에 1만원도 더 내기 싫다는 것이 작년에 제출된 ‘2014년 조세개편안’을 부결시킨 한국 중산층이었다. 올초 2가구 부동산 임대소득세도 극렬한 반대 속에 폐기되었다. 지금은 담뱃세와 주민세가 논란이다. 주민세는 전북 무주가 2000원, 충북 보은·경남 거창이 1만원이다. 지난 20년간이나 주민세를 손보지 않았다. 역시 지방자치 20년의 결과다. 주민세를 올리자는 사람은 단체장 선거에서 떨어진다. 복지 디폴트가 목전이어도 주민들은 주민세 인상을 거부한다.
물론 여론이 모든 증세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좌파그룹은 법인과 부자에 대한 세금을 올리자고 주장한다. 선별적 복지가 보편적 복지로 둔갑하고 나면 중산층들이 뻔뻔해 진다. “세금은 내기 싫고…”로 되면 비굴해지고 “복지는 내가, 비용은 부자가…”로 둔갑하면 도덕적 백치 사회가 된다. 대부분 나라에서 보편적 복지는 보편적 세금으로 충당한다. 세금도 논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서는 ‘부자 증세’다. 그렇다면 부자는 세금을 얼마나 더 내야 하는 것일까. 지금도 상위 1% 부자가 전체 소득세수의 45%를 낸다. 상위 5%가 80%를 부담한다. 근로자 중 세금 안 내는 사람이 32.7%다(이는 많이 낮아졌다). 과표기준소득 1억원 이상은 10만9000명이다. 이는 납세자의 3.9%이지만 전체 세수의 67%를 낸다. 지금도 부자들이 충분히 많이 낸다. 법인들의 납세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높다. 한국 부자들의 세금 부담이 적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최고세율 구간의 실제 세부담은 15.2%로 선진국 31%의 절반이다.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소득세 비중도 7.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1.4%보다 낮다. 그렇다고 부자들이 세금을 덜 내고있는 것은 아니다. 소득세도 보편적이어야 한다. 부자들에게 징벌적 증세를 때리면 어떻게 될까. 아예 세금으로 다 빼앗아 버리면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게 토마 피케티의 주장이다. “만국의 정부여 단결하라!”고 외치는 피케티가 제안한 세율은 80~90%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쳤던 1848년 공산당선언(communist manifesto)을 세금 버전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 바로《21세기 자본》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의 국유화를, 피케티는 자본의 몰수를 주장한다. 80% 내지 90%의 소득세에다 10%의 자본세를 매기면 10년이면 국가몰수와 결과는 같다. 필시 점점 더 가난한 사회가 될 것이다. 좀 심하다 싶었는지 일부 언론의 피케티 인터뷰는 “교육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라”는 제목을 뽑기도 했다. 남의 호주머니를 탐내는 사람은 세금에 관심이 많다. 약탈의 본성이 꿈틀거린다. 민주주의는 이렇게 납세자를 타락시킨다.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
법인세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전가된다는 것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반기업 정서는 종종 어처구니 없게도 법인세 증세를 주장한다. 인간과 계약을 혼동한 결과다. 법인세 명목세율이 높을수록 각종 감면도 많아진다. 이는 국가들의 속임수요 그만큼 자의적 행정이 많다는 것이다. 39% 법인세율의 미국 기업들이 실제로 내는 세금은 법인 과세소득의 20% 이하다. 한국의 실효세율도 그런 수준이다. 애플에 대한 법인세 특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아일랜드의 명목 법인세율은 12.5%지만 애플은 2%만 냈다.
더구나 한국의 부가세는 10%다. 중국조차 17%다. 유럽의 대부분 복지국가는 20% 이상의 부가세를 유지한다. 스웨덴은 25%다. 보편적 복지는 보편적 세금으로 하는 것이 맞다. 조세부담률이 높은 나라는 부가세 등 간접세 비중이 높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복지는 보편적으로, 세금은 선별적으로’라는 주장이 하늘을 찌른다. 한 달에 1만원도 더 내기 싫다는 것이 작년에 제출된 ‘2014년 조세개편안’을 부결시킨 한국 중산층이었다. 올초 2가구 부동산 임대소득세도 극렬한 반대 속에 폐기되었다. 지금은 담뱃세와 주민세가 논란이다. 주민세는 전북 무주가 2000원, 충북 보은·경남 거창이 1만원이다. 지난 20년간이나 주민세를 손보지 않았다. 역시 지방자치 20년의 결과다. 주민세를 올리자는 사람은 단체장 선거에서 떨어진다. 복지 디폴트가 목전이어도 주민들은 주민세 인상을 거부한다.
물론 여론이 모든 증세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좌파그룹은 법인과 부자에 대한 세금을 올리자고 주장한다. 선별적 복지가 보편적 복지로 둔갑하고 나면 중산층들이 뻔뻔해 진다. “세금은 내기 싫고…”로 되면 비굴해지고 “복지는 내가, 비용은 부자가…”로 둔갑하면 도덕적 백치 사회가 된다. 대부분 나라에서 보편적 복지는 보편적 세금으로 충당한다. 세금도 논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서는 ‘부자 증세’다. 그렇다면 부자는 세금을 얼마나 더 내야 하는 것일까. 지금도 상위 1% 부자가 전체 소득세수의 45%를 낸다. 상위 5%가 80%를 부담한다. 근로자 중 세금 안 내는 사람이 32.7%다(이는 많이 낮아졌다). 과표기준소득 1억원 이상은 10만9000명이다. 이는 납세자의 3.9%이지만 전체 세수의 67%를 낸다. 지금도 부자들이 충분히 많이 낸다. 법인들의 납세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높다. 한국 부자들의 세금 부담이 적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최고세율 구간의 실제 세부담은 15.2%로 선진국 31%의 절반이다.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소득세 비중도 7.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1.4%보다 낮다. 그렇다고 부자들이 세금을 덜 내고있는 것은 아니다. 소득세도 보편적이어야 한다. 부자들에게 징벌적 증세를 때리면 어떻게 될까. 아예 세금으로 다 빼앗아 버리면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게 토마 피케티의 주장이다. “만국의 정부여 단결하라!”고 외치는 피케티가 제안한 세율은 80~90%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쳤던 1848년 공산당선언(communist manifesto)을 세금 버전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 바로《21세기 자본》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의 국유화를, 피케티는 자본의 몰수를 주장한다. 80% 내지 90%의 소득세에다 10%의 자본세를 매기면 10년이면 국가몰수와 결과는 같다. 필시 점점 더 가난한 사회가 될 것이다. 좀 심하다 싶었는지 일부 언론의 피케티 인터뷰는 “교육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라”는 제목을 뽑기도 했다. 남의 호주머니를 탐내는 사람은 세금에 관심이 많다. 약탈의 본성이 꿈틀거린다. 민주주의는 이렇게 납세자를 타락시킨다.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