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인력구조 비교해보니…'피라미드형' 하나…'항아리형' 외환
외국계를 제외한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이 행원급 비중이 가장 높은 ‘젊은’ 인력 구조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환은행의 인력구조는 중간 책임자가 많은 ‘항아리형’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할 경우 두 은행의 인력구조 불균형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우리·신한·국민·외환順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 등 5대 시중은행의 직급별 인력 구조를 분석한 결과 하나은행이 행원급(대리 포함)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정규직에서 행원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52.3%(3998명)로 절반을 넘었다. 중간 간부인 책임자급(차장·과장)은 33.3%(2546명)였으며, 관리자급(부장·지점장) 이상은 14.4%(1098명)였다.

우리은행도 행원 45.9%(6858명), 책임자 31.9%(4757명), 관리자 이상 22.2%(3314명)의 긍정적인 인력구조를 갖췄다. 신한은행도 행원이 45%(6026명)로 가장 많았으며 책임자 34%(4557명), 관리자 이상 21%(2813명) 순이었다. 인사적체가 심한 것으로 알려진 국민은행도 행원 43.1%(8826명), 책임자 30.3%(6211명), 관리자 이상 26.6%(5431명)로 피라미드 형태의 인력구조를 보였다.

이에 비해 외환은행은 책임자급이 행원급보다 많은 항아리형 구조를 나타냈다. 외환은행은 행원급 비중이 1427명으로 26.8%에 불과했다. 반면 책임자급 직원은 3017명으로 전체 정규직의 56.7%를 차지했다. 8~20년차 직원인 책임자급이 행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복부비만형’ 인력구조라고 할 수 있다. 관리자급(부장·지점장) 이상 직원은 875명으로 16.5%였다.

◆외환銀, 책임자가 행원 업무도

외환은행의 이런 인력구조는 론스타가 대주주이던 시절 승진은 늘리고 신입행원 채용은 줄였기 때문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기존 직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고액 배당을 하기 위해 신입행원을 뽑는 대신 직원들의 승진과 인센티브를 늘렸다는 분석이다.

하나은행과 평균연봉을 비교해 보면 관리자급은 외환은행이 1억2900만원, 하나은행은 1억1500만원이고 책임자급은 각각 9500만원과 8400만원, 행원급은 6200만원과 54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이 같은 외환은행의 인력구조를 조기통합의 근거로 삼고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책임자가 행원 업무를 맡아 개인과 조직의 역량과 업무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책임자급 인원이 많아 관리자 승진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고, 행원을 책임자로 승진시키기도 부담스러워 승진 적체도 심하다는 지적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하면 인력구조는 관리자급 이상 15.1%, 책임자급 43.1%, 행원급 41.8%로 바뀐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합병 후 신규 채용을 늘려 역동적인 인력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외환은행 내부에선 조기통합에 부정적인 기류도 존재한다. 두 은행의 인력구조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하나은행 행원들을 빨리 승진시키거나 외환은행 책임자급의 승진을 상당기간 미룰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