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서예리 "古음악과 현대 넘나들며 색다른 음색 만들죠"
“고음악(古音樂·14~18세기 서양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주법으로 연주하는 것)에는 굉장히 깨끗한 음색으로 청아하게 불러야 하는 곡이 많아요. 비브라토(목소리를 떠는 기교)를 완전히 없애기도 하고요. 반면 현대음악은 노래를 하다가 숨을 확 들이마시거나 기침을 하기도 해요. 기괴한 소리를 요구하는 곡도 있어요.”

내달 3일 오후 7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바로크&현대’란 주제로 첫 국내 단독공연을 여는 소프라노 서예리 씨(사진)는 최근 서울 정동에서 두 음악의 차이를 이같이 설명했다.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서씨는 양쪽 음악 분야에서 모두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연주자의 해석에 따라 색다른 곡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 두 분야의 음악을 둘 다 놓칠 수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는 “가장 자연스러운 발성법인 벨칸토 창법을 꾸준히 연습해 어느 한쪽에 목소리가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맞추려고 항상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서씨는 서울대 성악과와 독일 베를린음대를 거쳐 2003년 고음악의 거장 르네 야콥스의 마스터클래스에서 발탁돼 그해 여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고음악 페스티벌을 통해 솔로로 데뷔했다. 같은 해 지휘자 켄트 나가노와 함께 독일 작곡가 마티아스 핀처의 환상곡 ‘하얀 백합과 함께’를 세계 초연하며 현대음악에도 두각을 나타냈다.

“대학 때부터 고음악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 싶어 스위스 바젤의 고음악 교육기관인 스콜라 칸토룸에서 처음부터 공부를 했죠. 서양음악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고음악에 이론적으로 깊이 접한 경험이 이후 고전, 낭만,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악보를 연구하고 노래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서씨는 유럽의 고음악 지휘자와 현대음악 작곡가들에게 캐스팅 1순위로 손꼽힌다. 필립 헤레베헤와 지기스발트 쿠이켄 등 바로크 음악 거장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진은숙, 볼프강 림 등 현대음악 작곡가들과도 함께 작업하고 있다.

현존하는 전설적인 작곡가 피에르 불레즈는 2010년 서씨의 공연을 직접 본 뒤 “내 곡이 당신의 크리스탈 같은 음성으로 연주된 게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후 불레즈는 자신의 작품을 연주하는 곳마다 서씨를 추천했다. 서씨는 내년 3월 런던에서 열리는 불레즈 탄생 90주년 기념 음악회에도 초청받았다.

내달 3일 공연에선 몬테베르디, 헨델 등 바로크 음악과 진은숙, 리게티 등 현대음악을 번갈아 들려줄 예정이다. “어느 곡이 고음악이고 어느 곡이 현대음악인지 구분하지 말고 편안하게 들어달라”는 뜻에서 프로그램을 이렇게 짰다. 세계 어느 공연장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프로그램 구성이다. “한국 공연장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은 고전·낭만 시대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유럽에선 바로크, 현대음악 공연도 흔하게 열려요. 유럽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곡을 한국의 관객들께도 꼭 소개하고 싶어요. 어려운 음악이 아니란 사실도 알리고 싶고요.” 3만~7만원. (02)2005-0114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