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비리 무더기 적발] 서민 전세자금 247억…LED 지원금 20억…농락당한 국가 보조금
‘국가 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세간의 비아냥이 속속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가짜 서류를 꾸며 수백억원의 전세대출금을 빼돌리고 정부 보증시스템을 철저히 농락한 전문 사기꾼과 불법 브로커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정부의 발광다이오드(LED) 보급 보조금을 수억원 단위로 빼돌린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7월 출범한 국무총리실 소속 부패척결추진단이 두 달 만에 내놓은 성과다.

대출사기 유령회사만 76개

부패척결추진단은 검찰, 경찰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8월8일부터 지난 23일까지 안전 분야, 국가 보조금 지원, 공공기관의 특혜성 취업·계약 등의 ‘3대 우선척결 비리’를 집중 조사한 결과 총 448건의 비리와 관련자 1732명을 적발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지난 7월 출범한 부패척결추진단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혁신 차원에서 만들어진 조직이다.

부패척결추진단은 저소득층에 무담보로 최고 2억2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서민층 지원 전세자금 대출 제도’를 조사한 결과 2012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343명이 정부 지원금 247억원을 빼돌린 사실을 포착,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 정부는 서민층 주거 안정을 위해 소득에 따라 전세대출금의 90%까지 보증해주고 있다. 이 제도를 이용한 임차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정부가 원리금을 대신 갚아주는 제도다.

하지만 사기꾼들의 눈에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금융시스템이었다. 사기꾼들은 정부가 연간 35만건에 달하는 관련 대출 제도를 꼼꼼히 확인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했다. 실제 운영되지 않은 유령회사 설립, 전세계약서와 재직증명서 위조, 허위 임차인과 임대인 알선 등으로 전세대출금을 조직적으로 빼돌렸다.

예를 들어 직장에 다니는 임차인에게 지원금을 더 주는 점을 악용해 유령회사를 차리고 3개월 만에 10명의 허위 임차인을 알선해 모두 6억3000만원을 편취한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1년 미만 재직자였고 정부가 조사한 결과 사업장은 이미 문을 닫았으며 임차인도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이렇게 대출 사기를 위해 세워진 회사는 적발된 것만 76개에 달했다. 조재빈 부패척결추진단 총괄기획팀장은 “앞으로 사기대출 적발시스템을 고도화해 전세자금이 꼭 필요한 서민층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전한 공공기관 비리

LED 국고보조금 비리도 부패척결추진단이 처음 적발한 것이다. 부패척결추진단은 2012~2013년 정부가 164개 공공기관에 지원한 179억원의 보조금 중 약 20억원이 편취·유용된 것을 밝혀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한 지방공사는 브로커와 공모해 보조금 사업 전부를 불법 하도급을 주는 방법으로 5억원을 빼돌렸다. 여기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공기업 간부는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인천의 한 공사는 기준보다 효율성이 떨어진 LED 조명을 구입해 6억7000만원을 중간에 빼돌렸다. LED 구입을 위해 받은 보조금 8억원을 전기료, 일반 관리비 등으로 전용하다 적발된 공공기관도 있었다.

이 밖에 정부가 최근 발표한 △문화재, 발전소에 쓰이는 불량 불꽃감지기 납품 △전국 요양병원의 요양급여 횡령 △호텔 등의 다중이용시설의 부실 방염 처리 △공공기관의 부정 직원 채용 등도 부패척결추진단의 활동으로 드러난 비리들이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