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행사 당시 중국 현지로 날아가 국가대표 양궁 선수단 일행을 격려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행사 당시 중국 현지로 날아가 국가대표 양궁 선수단 일행을 격려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2014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양궁 남녀 대표단이 8개의 금메달 중 5개를 획득하는 쾌거를 이뤄내며 현대자동차그룹의 ‘통 큰’ 지원이 주목받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아들 정의선 부회장의 대(代)를 이은 양궁 사랑과 지원이 대표단을 아시아 정상에 올려 놓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현대가와 양궁의 인연은 정몽구 회장 때부터 시작됐다. 198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었던 정 회장은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을 본 뒤 양궁 육성을 결심하고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현대정공 여자양궁단과 현대제철 남자양궁단을 창단한 그는 1997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대한양궁협회장을 지냈다. 1997년부터 명예회장으로서 협회를 지원하고 있다. 29년간 양궁의 저변 확대와 기술 발전, 선수 육성 등을 위해 380억원을 썼다.

정 회장의 ‘양궁 사랑’에 얽힌 일화도 다양하다. 그는 선수들의 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레이저를 활용한 연습용 활을 제작해 대표단에 제공하기도 했다. 1991년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 때 선수들이 물 때문에 고생한다는 얘기를 듣고 스위스에서 물을 직접 공수해줬다.

이런 양궁 사랑은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에게 그대로 대물림됐다. 정 부회장은 2005년부터 부친에 이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행사 전 선수들의 정신 훈련을 위해 기아와 넥센 경기가 열린 목동야구장을 두 차례나 빌려 선수단이 팬들의 함성 속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가 벌어진 지난 23일부터 28일까지는 바쁜 업무 시간을 쪼개 서울 양재동 사무실에서 인천 서운동 경기장까지 왕복 70㎞ 거리를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니며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양궁협회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선수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직접 몸으로 뛰었다”며 “이런 응원과 지원이 선수단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4억원을 시상한 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5억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6억5000만원,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5억4000만원, 2012년 런던 올림픽 16억원 등 선수단과 코치진에 총 37억원 이상을 포상금으로 지급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