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학교 등 임시휴업
금융관리국 비상계획 발동
◆은행과 학교 등 휴업
29일 홍콩에서는 이틀째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면서 은행과 학교가 휴업에 들어갔다. 홍콩 중앙은행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비상계획을 발동했다. HKMA는 “필요하면 은행시스템에 유동성을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홍콩 증시는 이날 정상적으로 열렸지만 항셍지수는 지난 주말 대비 1.90% 하락한 23,229.21로 마감됐다. 항셍지수는 시위가 본격화한 이달에만 6% 떨어졌다.
금융가에서는 금리 인상과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BNP파리바와 킹스톤파이낸셜그룹 등 금융사들은 홍콩 센트럴 지역에 근무하던 직원들을 조만간 외곽 지역으로 대피시킬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홍콩은 중국 정부의 ‘반(反)부패 전쟁’ 여파로 본토에서 온 관광객 소비가 위축되면서 소매판매가 지난 7월까지 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아서쾅 BNP파리바인베스트먼트 펀드매니저는 “홍콩 경제가 가뜩이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위가 격화되면 기업의 투자 심리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행정장관 선출 방식을 둘러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면 홍콩을 아시아 지역 허브로 둔 글로벌 금융회사의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혼란 사태 장기화 우려
시위에 불을 댕긴 것은 지난달 3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결정한 2017년 홍콩행정장관 선출 방안이다. 전인대는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절반 이상의 지지를 획득한 2~3명만이 홍콩행정장관 후보자가 될 수 있고, 선거로 선출된 뒤에는 중국 중앙정부의 임명을 받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범민주파는 중국이 ‘무늬만 직선제’를 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홍콩 시민과 학생 수천명은 이날 정부청사가 있는 홍콩섬 서부지역과 구룡반도 몽콕 등의 거리를 점거한 채 이틀째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 점거지역을 지나는 버스 200여대가 운행을 중단하면서 홍콩섬 서부지역 초등학교와 중·고교도 휴업했다.
23명의 범민주파 입법회(국회) 의원은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친중국파인 렁춘잉 행정장관 탄핵 관련 논의를 위한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고 홍콩언론이 전했다. 대만에서도 중국 인권운동가들이 홍콩 민주화 지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대만 시민단체들은 28일 타이베이에서 중국 인권운동가 왕단과 우얼카이시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홍콩의 민주화 투쟁 지지를 촉구했다고 대만 자유시보가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홍콩의 정치적 혼란 상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인대가 결정한 행정장관 선거 개편안은 입법회를 통과해야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그 시기는 빨라야 연말 또는 내년 초로 예상된다. 그 전에 사태가 수습되려면 중국 정부가 한발 물러서야 하지만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홍콩 재계 인사들을 만나 “홍콩에 대한 중국 정부의 기본 방침과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언론도 “홍콩 정부가 법에 따라 대처해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