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미국 정보당국이 시리아 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세력을 과소평가했다고 시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CBS방송에 출연, “미 정보당국이 수년간 시리아 내전 과정에서 IS가 급속하게 영역을 넓히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시리아가 내전의 혼란 속에서 무정부 상태에 들어가면서 IS가 그 기회를 활용해 조직을 재정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이 IS에 대응해 싸우는 이라크 정부군의 능력과 의지를 과대평가한 게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사실이다. 정말 사실이다”고 실토했다. 특히 미 정보당국 수장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이런 정보 평가 실패를 인정했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덧붙였다.

IS 격퇴를 위한 미국 주도의 공습이 지속되는 가운데 IS와 시리아 최대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알누스라 전선 연대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그동안 IS와 전투를 벌이는 등 적대 관계였던 알누스라 전선은 미국의 시리아 공습을 ‘이슬람에 대한 전쟁’이라고 규정하며 보복을 경고했다. 한 당국자는 알누스라 조직 중 상당수가 IS와 화해한 것으로 보이며, 두 조직의 지도자들이 미국 공습에 대응해 공동 작전회의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의 IS 격퇴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지상군 투입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 “지상군 투입을 배제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으로는 IS 파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만약 대통령이라면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 공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등록 유권자의 72%가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믿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리처드 전 영국군 참모총장은 이날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IS 격퇴를 위해서는 2003년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을 붕괴시킨 것과 같은 규모의 재래식 군사작전이 필요하다”며 지상군을 투입해 IS 점령지역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