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자영업 탈출구를 찾아라] 사후 컨설팅의 위력…미소금융 연체율 19% vs 햇살론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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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간판만 단다고 창업 아니다…끊임없이 변해야 생존
채무자 신뢰 쌓는 미소금융
매달 방문해 애로사항 경청…철저한 사후 관리로 성과
상환 날짜만 챙기는 햇살론
금융사 낡은 영업관행 일관…창업자금 대출도 고작 58억
채무자 신뢰 쌓는 미소금융
매달 방문해 애로사항 경청…철저한 사후 관리로 성과
상환 날짜만 챙기는 햇살론
금융사 낡은 영업관행 일관…창업자금 대출도 고작 58억
시중은행 지점장 출신인 김현국 SK미소금융재단 전문위원은 한 달에 두어 차례 서울 금천구 현대시장을 찾는다. 금천지점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가게들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2010년부터 시장 한쪽에서 작은 김구이집을 시작한 강병재 씨도 그중 하나다. 김 위원의 관심사는 연체 가능성이 아니다. 장사가 잘 되고 있는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조언해줄 것은 있는지, 재단 차원에서 도울 일은 있는지 등을 점검한다.
성공률 엇갈린 정책금융
창업 후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는 무엇일까. 자영업이 흥하고 망하는 데는 개인에 따라, 상황에 따라 수많은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성패를 가르는 한 가지 확실한 기준은 운영능력이다. 초기 실수 또는 판단착오를 만회하면서 환경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다.
대표적 서민금융상품인 미소금융과 햇살론의 실적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두 상품은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대표적 서민금융상품이라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저신용자를 상대로 창업·운영·생계 자금을 빌려주는 것도 똑같다. 하지만 두 금융상품의 사고(연체 2회 이상) 비율은 크게 엇갈린다. 2010년 10월부터 2013년 6월 말까지 8등급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에서 발생한 사고비율은 미소금융이 19.5%에 불과한 데 비해 햇살론은 43.8%에 달했다. 1~4등급 고신용자에선 10배 가까운 격차가 났다. 미소금융의 사고율은 1.7%지만 햇살론은 11.3%였다.
금융사, 뜻밖의 패배
이 같은 양상은 사전에 예견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운영주체만 놓고 보면 비영리단체인 미소금융중앙재단보다는 대출관리에 많은 노하우를 지닌 금융회사들이 운영하는 햇살론의 연체율이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은 돈을 빌려준 뒤의 사후관리 시스템 때문이었다.
미소금융은 앞서 강병재 씨의 경우처럼 돈을 빌려주고 난 뒤에도 정기적으로 자영업자들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살피고 즉석 컨설팅을 해주기도 한다. 이런 서비스를 하려면 인력과 시간,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데도 미소금융중앙재단이 사후관리에 공을 들이는 건 역설적으로 비용과 시간을 덜 들이기 위해서다.
재단의 이종휘 이사장은 “연체가 발생한 뒤 ‘돈 갚아라’고 압박하는 것보다 매달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애로를 청취하며 신뢰를 쌓는 것이 연체율을 낮추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채무자와 자주 접촉하는 이런 기법은 서민금융이 발달한 프랑스에서도 낯설지 않다. 1988년부터 서민대출사업을 하는 프랑스의 금융사 ADIE가 사후관리에 초점을 맞춘 금융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ADIE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들이 3년 이상 살아남은 확률은 77%로 프랑스 전체 사업자 평균인 66%보다 높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
서울 청량리동에서 맥킨치킨을 운영하는 신명자 씨도 미소금융 덕을 톡톡히 봤다. 2년 전 딸이 간암 3기 판정을 받은 이후 절망에 빠져 있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워줬기 때문이다. 미소금융 자원봉사단의 역할이 컸다. 처음 왔을 땐 대청소를 해주고 두 번째 방문 땐 야외에 외부 테라스를 설치해줬다. 대학생 봉사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메뉴판도 새로 만들었다. “돈을 빌려준 것보다도 수시로 찾아와서 관심을 보여주신 것이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 덕분에 매출도 많이 늘었어요.”
반면 햇살론은 이런 사후관리 시스템이 없다. 돈을 빌려준 뒤 원리금 상환 날짜만 챙기는 금융사의 영업관행을 벗어나지 못했다. 연체율이 높다 보니 실패 확률이 높은 창업자금을 거의 취급하지도 못했다. 지금까지 창업을 준비하는 자영업자들이 햇살론에서 빌린 금액은 58억원, 426건으로 미소금융 창업대출실적(1만5612건, 3624억원)의 6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같은 차이는 현재 자영업을 하고 있거나 앞으로 뛰어들 사람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정글 같은 자영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작은 부분이라도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다가는 고사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 미소금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 주도로 만든 서민금융상품. 은행 휴면예금과 기업 기부금 1조7420억원을 모아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 최대 7000만원의 창업·운영·생계자금을 대출한다.
■ 햇살론
저축은행과 상호금융회사들이 2010년부터 신용등급 6~10등급의 서민들에게 최대 5000만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상품.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신용보증재단이 대출금의 95%까지 대신 갚아주는 보증상품이다.
정영효/심성미 기자 hugh@hankyung.com
성공률 엇갈린 정책금융
창업 후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는 무엇일까. 자영업이 흥하고 망하는 데는 개인에 따라, 상황에 따라 수많은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성패를 가르는 한 가지 확실한 기준은 운영능력이다. 초기 실수 또는 판단착오를 만회하면서 환경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다.
대표적 서민금융상품인 미소금융과 햇살론의 실적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두 상품은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대표적 서민금융상품이라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저신용자를 상대로 창업·운영·생계 자금을 빌려주는 것도 똑같다. 하지만 두 금융상품의 사고(연체 2회 이상) 비율은 크게 엇갈린다. 2010년 10월부터 2013년 6월 말까지 8등급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에서 발생한 사고비율은 미소금융이 19.5%에 불과한 데 비해 햇살론은 43.8%에 달했다. 1~4등급 고신용자에선 10배 가까운 격차가 났다. 미소금융의 사고율은 1.7%지만 햇살론은 11.3%였다.
금융사, 뜻밖의 패배
이 같은 양상은 사전에 예견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운영주체만 놓고 보면 비영리단체인 미소금융중앙재단보다는 대출관리에 많은 노하우를 지닌 금융회사들이 운영하는 햇살론의 연체율이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은 돈을 빌려준 뒤의 사후관리 시스템 때문이었다.
미소금융은 앞서 강병재 씨의 경우처럼 돈을 빌려주고 난 뒤에도 정기적으로 자영업자들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살피고 즉석 컨설팅을 해주기도 한다. 이런 서비스를 하려면 인력과 시간,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데도 미소금융중앙재단이 사후관리에 공을 들이는 건 역설적으로 비용과 시간을 덜 들이기 위해서다.
재단의 이종휘 이사장은 “연체가 발생한 뒤 ‘돈 갚아라’고 압박하는 것보다 매달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애로를 청취하며 신뢰를 쌓는 것이 연체율을 낮추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채무자와 자주 접촉하는 이런 기법은 서민금융이 발달한 프랑스에서도 낯설지 않다. 1988년부터 서민대출사업을 하는 프랑스의 금융사 ADIE가 사후관리에 초점을 맞춘 금융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ADIE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들이 3년 이상 살아남은 확률은 77%로 프랑스 전체 사업자 평균인 66%보다 높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
서울 청량리동에서 맥킨치킨을 운영하는 신명자 씨도 미소금융 덕을 톡톡히 봤다. 2년 전 딸이 간암 3기 판정을 받은 이후 절망에 빠져 있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워줬기 때문이다. 미소금융 자원봉사단의 역할이 컸다. 처음 왔을 땐 대청소를 해주고 두 번째 방문 땐 야외에 외부 테라스를 설치해줬다. 대학생 봉사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메뉴판도 새로 만들었다. “돈을 빌려준 것보다도 수시로 찾아와서 관심을 보여주신 것이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 덕분에 매출도 많이 늘었어요.”
반면 햇살론은 이런 사후관리 시스템이 없다. 돈을 빌려준 뒤 원리금 상환 날짜만 챙기는 금융사의 영업관행을 벗어나지 못했다. 연체율이 높다 보니 실패 확률이 높은 창업자금을 거의 취급하지도 못했다. 지금까지 창업을 준비하는 자영업자들이 햇살론에서 빌린 금액은 58억원, 426건으로 미소금융 창업대출실적(1만5612건, 3624억원)의 6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같은 차이는 현재 자영업을 하고 있거나 앞으로 뛰어들 사람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정글 같은 자영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작은 부분이라도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다가는 고사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 미소금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 주도로 만든 서민금융상품. 은행 휴면예금과 기업 기부금 1조7420억원을 모아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 최대 7000만원의 창업·운영·생계자금을 대출한다.
■ 햇살론
저축은행과 상호금융회사들이 2010년부터 신용등급 6~10등급의 서민들에게 최대 5000만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상품.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신용보증재단이 대출금의 95%까지 대신 갚아주는 보증상품이다.
정영효/심성미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