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입시가 대학까지 좌우하는 시대다. 일반고에 자사고(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국제고·과학고·영재학교 등 유형별 특목고까지. 내 아이는 어느 학교에 보내야 할까?

학교는 다양해지고 학부모는 분주하다. 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이 아이 학교를 결정짓는다. 하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보통의 학부모도 조금만 부지런히 알아보고 움직이면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낼 수 있다.

한경닷컴과 다음은 ‘명문대 보내기 중2병부터 고쳐라’ 주제의 독자 참여형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 프로젝트는 유별나지는 않지만 시간을 쪼개 아이와 함께 고민하고 공부하는 학부모들을 위한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부모가 변하면 아이가 달라지고, 아이의 학교까지 바뀐다.

일상에 치여 짬 내기 쉽지 않고, 아이를 지나치게 옭아매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보자. 극성 학부모가 되라는 게 아니다. 아이 학교에 관심 갖고 적극적으로 물어보기. 이것만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 프로젝트가 그 창구 역할을 했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기사는 최근의 고교 관련 정책 방향, 앞으로의 전망부터 다룬다. 하이라이트는 개별 고교 현장취재 기사다. 게시판 독자 참여를 통해 학부모들이 알고 싶은 학교의, 가장 궁금한 점을 기자가 대신 묻고 글로 옮긴다.

기사에 대한 후원은 독자들의 이름으로 취재 대상이 된 고교의 사회적배려대상자(사회통합전형 입학생) 장학금으로 기부된다. 후원해 준 독자에게는 금액에 따라 한경닷컴 주최 ‘명문고 입시설명회’ 무료 참석 기회도 주어진다.

첫 회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자사고 폐지 논란을 다뤘다.
[중학생 엄마가 알아야 할 입시 ①] '폐지 논란' 자사고, 우리 아이 보내도 될까요
6월 교육감 선거가 남긴 것. 고승덕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미안하다’ 파문,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자사고 폐지 논란이다.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될 때부터 갈등은 예고됐다.

갈등이 가장 첨예한 곳은 서울이다. 전국 49개 자사고 가운데 25곳이 서울에 몰려있다. 조희연 교육감이 생사여탈권을 쥐었다. 서울시교육청은 9월8일 ‘자사고 재지정 평가’ 탈락 학교 명단을 발표했다. 자사고 교장단과 학부모들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했다. 올해 평가 대상 14개 자사고 중 기준 미달인 8개교를 지정 취소, 일반고로 전환시키겠다는 것.

하지만 자사고 지정 취소 시 협의해야 하는 교육부가 시교육청의 협의 신청을 반려했다. 교육청도 굽히지 않았다. 탈락 명단에 든 8개 자사고에 대한 청문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15일 밝혔다. 그러자 이번엔 해당 자사고들이 청문에 불응키로 했다. 이들 8개 학교는 이미 서울교육청을 상대로 한 법적 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팽팽한 줄다리기에 자사고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자사고 진학을 생각하는 수험생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과연 우리 아이를 보내도 괜찮은 걸까. 중학교 수험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짚어봤다.

◆ 자사고, 도대체 뭐가 문제야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의 작품이다. 수요자의 학교 선택권 보장을 명분으로 도입됐다. 일반고 위기가 만연한 상황도 감안됐다. 이 형태의 자사고는 지역단위 선발로 학생을 뽑는다. 예컨대 서울 소재 자사고는 서울에서만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다. 하나고는 예외에 속한다.
[중학생 엄마가 알아야 할 입시 ①] '폐지 논란' 자사고, 우리 아이 보내도 될까요
이들 자율형사립고와 함께 ‘자사고’란 이름으로 불리는 구(舊) 자립형사립고는 성격이 다르다. 전국단위 선발이 가능하다. 그만큼 우수 학생이 더 많이 몰린다. 강원도 횡성 민족사관고, 전북 전주의 상산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매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많이 보내는 학교’로 각광받는 곳은 대부분 전국단위 선발 자사고다.

후자에 속하는 자사고들도 이번 평가 대상에 포함됐지만 폐지 논란에선 한발 비켜서 있다. MB 정부 이전부터 설립·운영해 오면서 나름의 설립 목적과 특색을 살렸다는 평이다.

반면 지역단위 선발 자사고들은 일반고 황폐화의 한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일반고와 차별화가 부족하고 학비가 비싸다” “우후죽순 생겨나 정원 미달 사태를 빚는 등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번 자사고 평가는 ‘교육감이 5년마다 해당 학교 운영성과 등을 평가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3항)에 따라 시행됐다. 관련 법령 마련 후 올해 처음 실시됐다. 올해 평가는 2010년 3월 문을 연 전국 25개 자사고를 대상으로 했다. 알려진 대로, 운영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했다.

문제는 평가의 일관성 부족이다. 14개 서울 소재 자사고는 전임 교육감 때 진행된 1차(운영성과) 평가에서 모두 커트라인을 통과했다. 조 교육감 당선 후 ‘공교육 영향 평가’ 지표를 도입해 2차 평가 시뮬레이션을 돌리자 이번엔 전원 탈락,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반발이 커지자 서울교육청은 평가지표를 검토해 다시 3차(종합)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물이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우신고·이대부고·중앙고 8개교 탈락이다. 교육감 성향이나 평가 항목의 성격에 따라 결과가 오락가락했다. 호불호를 떠나 수요자 입장에선 “객관성이 결여됐다. 납득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전개였다.

◆ 논란의 8개 자사고 퇴출될까

평가에서 기준 미달로 분류된 자사고들은 이대로 일반고 전환 수순을 밟는 걸까. 바꿔 얘기해 해당 자사고에 진학할 계획은 접어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중학생 엄마가 알아야 할 입시 ①] '폐지 논란' 자사고, 우리 아이 보내도 될까요
박성민 교육부 학교정책과장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안심하고 자녀를 해당 자사고에 보내도 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금 (교육청) 방식대로 자사고를 평가해 지정 철회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 잘 운영되는 자사고는 유지·발전시킨다는 게 교육부의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자사고 지정 취소 권한과 관련해 ‘교육감은 교육부 장관과 사전 협의한다’는 내용의 해석을 두고 교육부와 교육청이 이견을 보일 여지가 있다. 진보 교육감들이 주축이 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가 교육자치를 훼손하고 있다. 교육감의 권한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할 부처인 교육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자사고 지정 취소 시 장관과 사전 협의한다는 내용을 ‘사전 동의’로 격상시킨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장관이 권한을 행사해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행 법령상 입학전형 등은 학교장이 정하고, 교육감은 이를 승인하도록 돼 있다. 교육감의 권한 남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교육부도 지난해 자사고와 대립각을 세운 적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에 자사고 학생 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학부모들은 “사실상 자사고 폐지”라며 교육부의 정책 공청회 장소를 점거하고 집단 항의했다.

결국 교육부는 기존 자사고 입학전형의 ‘성적 상위 50%’ 요건을 없애는 대신 면접을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 학생 선발권을 유지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이 내용은 올해 자사고 입시부터 적용된다. 교육부는 논란 끝에 자사고 정책을 변경한 만큼 좀 더 지켜보자는 쪽이다. 박 과장은 “이 방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교육청이) 자사고를 폐지하는 건 문제 있다”고 주장했다.

만에 하나 자사고가 지정 철회된다 해도 학생이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일반고로 전환되면 입학전형에 사전 예고되며, 재학 중인 학생들까지는 자사고 체제로 졸업하게 된다. 서울교육청도 “자사고 지정 철회에 따라 일반고로 바뀐다 해도 재학생에게는 피해가 없다”고 강조했다.

◆ "일반고가 대안은 아니잖아요"

[중학생 엄마가 알아야 할 입시 ①] '폐지 논란' 자사고, 우리 아이 보내도 될까요
자사고 폐지의 주된 논리는 역시 일반고 활성화다. 그러나 자사고 폐지가 일반고 부활의 계기가 될지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MB 정부 자사고 설립 이전으로 ‘초기화’하면 좀 나아질까? 수험생들이 가고 싶어 하고 대학 입시에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사고 학부모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중동고 학부모 양순지 씨(전국자사고학부모연합회장)는 “자사고가 특별히 입시 준비를 하는 곳도 아니고, 일반고 위기가 자사고 탓은 더더욱 아니다” 며 “다만 아이들이 직접 선택해 진학하므로 일반고에 비해 훨씬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자율학습이 잘 이뤄져 면학 분위기가 강점이고 오히려 사교육 부담도 덜하다”고 귀띔했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사 역시 “이 사안을 자사고와 일반고의 대립 구도로 볼 필요는 없다” 고 전제한 뒤 “문제의 본질은 수업 시간에 학생 절반이 잠을 잘 정도로 일반고의 교실 붕괴가 심각하다는 것, 그래서 교사들까지 수업이나 학생 진로지도에 열의를 잃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남 탓을 하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대입까지 내다보고 고교를 선택할 때 일반고가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일반고가 자구책을 강구해 개선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인호 외대부고(구 용인외고) 교사는 “자사고에 비해 일반 공립고가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전략이 부족한 건 사실” 이라며 “대입 수시모집 전형이 다양한데 일반고 같은 경우 논술 위주 대비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입학처장도 “단순히 자사고 학생들 스펙이 좋다는 차원은 아니다. 수험생의 자기주도학습능력을 평가하려면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보는데, 이런 부분에서 일반고보다 강점이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손에만 아이를 맡겨놓지 말고 학부모가 직접 나서라는 조언도 곁들였다. 동아리 활동, 진로 체험 등 자녀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학교에 건의·개선해 나가라는 주문이다.

한 입시 전문가는 “자사고가 폐지되면 일반고 상황이 나아진다는 건 너무 안이한 인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반고 위기를 극복하려면 성공 사례 발굴 등 업그레이드 노력과 함께 ‘우수 학생이 일반고에 와도 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교육청과 자사고 뿐 아니라 인근 일반고, 지역주민 등 각 교육 주체가 함께 논의에 참여해 풀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논란 신경 끄고 '마이웨이' 가라

원래 질문으로 돌아왔다. 여러 진행 상황을 정리하고 배경을 풀어 설명했지만 이 글의 시작은 ‘이런 상황에 아이를 자사고에 보내도 될까’ 하는 학부모들의 궁금증이었다. “논란에 신경 쓰지 말고 필요에 따라 잘 준비하라”고 답변하겠다.

“학부모는 자사고 폐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다. ‘내 아이가 자사고에 들어가면 졸업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게 우선이다. 설령 지정 철회가 되더라도 일단 입학하면 재학생까지는 졸업이 보장된다. 역으로 생각해 보자. 만약 자사고가 폐지된다고 하면 내 아이가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선택받았다고 볼 수 있지 않느냐.”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의 현실적 조언이다. 그는 “아무래도 자사고의 교육 환경과 여건이 우수하다. 일반고가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녀가 진학을 원하고 합격 가능한 실력을 지녔다면 폐지 논란과 상관없이 자사고에 보내는 게 합리적 선택”이라고 힘줘 말했다.
[중학생 엄마가 알아야 할 입시 ①] '폐지 논란' 자사고, 우리 아이 보내도 될까요
자사고에 진학할 경우 대입에 유리하다. 우수 학생이 일반고보다 자사고에 몰리는 데 따른 인풋(input) 효과도 있지만 커리큘럼 자체가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김기한 메가스터디 교육연구소장은 “자사고가 교내 경시대회나 동아리 활동, 사회적 체험 활동 등 기회가 많다. 일반고에 비해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는 구조”라고 풀이했다.

전체 대입 정원의 60~70%를 수시모집으로 뽑는 만큼 고교에서의 수시 전형 대비는 매우 중요하다. 대입 수시 전형은 크게 △논술전형 △실기전형 △학생부종합전형(구 입학사정관전형)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나뉜다.

일반고가 강점을 갖는 요소는 학생부 내신이다. 하지만 내신 중심으로 선발하는 ‘학생부교과전형’ 비중은 작다. 반면 내신이 아닌 비교과 위주로 뽑는 70~80%의 수시 전형은 자사고가 전형 충실도에서 크게 앞선다. 또한 정시모집에서도 자사고가 강세를 보였다. 자사고 전환 전후 성적을 비교해 보면 수능 표준점수 성적 상승이 두드러진다.

특히 올해 자사고 입시부터는 변화된 방식이 적용된다. 지원자 성적 제한을 없앴지만 면접을 치르기 때문에 커트라인은 오히려 오를 가능성이 높다. 상위 50% 지원자 중 추첨 선발한 기존 방식보다 우수 학생을 골라 뽑을 여지가 더 많아졌다.

고민하는 학부모에게 전하는 팁

굳이 첨언하자면 자녀 교육엔 진보와 보수가 없다. 내 아이 학교까지 이념의 잣대에 따라 고를 필요는 없다. 무조건 자사고 보내란 얘기는 아니다. 일반고 진학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 다만 일반고가 처한 현실을 감안해 ‘적극적인 학부모가 되라’는 팁은 잊지 말기를. 다양한 학교 활동을 만들어 나가는 일은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는 것뿐 아니라 전인교육의 길이기도 하다.

2회는 특목고 문제를 다룬다. 특목고도 무풍지대가 아니다. 곧 자사고처럼 재지정 평가를 받아야 한다. 취재 결과 특목고 평가지표를 만드는 절차가 완료됐으며 검토를 거쳐 평가가 진행될 계획이다. 역시 ‘미흡’ 평가를 받으면 일반고로 전환되는 내용이라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후엔 본격적으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개별 고교 현장탐방 기사가 이어진다. 이 학교에 가려면 어떻게 준비할지, 해당 학교만의 차별화된 특징은 뭔지, 핵심 교육 프로그램과 노하우는 무엇인지 등을 세세하게 짚어본다.

기사에서 다루는 학교는 매주 독자 참여로 정한다. 그러니 가고 싶은 고교, 알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콕 집어 물어보시라. 다음의 관련 게시판에 글을 남긴 독자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학교를 취재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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