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기업 고위 경영진과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임원이 늘어나면 남성 임원 일색의 조직보다 다양성이 커져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한국은 출산·육아 등에 의한 경력 단절로 인해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여전히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다국적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29일 전 세계 36개국 3000여개 기업들의 고위 경영진 2만8000명을 대상으로 여성 임원의 비중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2%로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한국의 여성 임원 비중은 파키스탄(6.5%), 칠레(6.8%), 인도(7.1%), 터키(8.0%)보다 낮은 수준이다.

아시아 신흥국끼리 비교하면 한국의 여성 임원 진출 부진은 더욱 눈에 띈다.

태국이 26.5%로 36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말레이시아(26.2%), 싱가포르(25.1%), 필리핀(24.6%), 대만(24.3%) 등도 여성 임원의 비중이 25% 안팎이다.

고위 경영진을 최고경영자(CEO·2.7%), 사업 부문별 총괄책임자(Ops·0.8%), 최고재무·전략책임자(CFO·3.5%), 지원부서책임자(SS·1.2%)로 나눠 살펴보면 한국의 직책별 여성 임원 비중은 0%대 후반∼3%대 중반에 그쳐 전반적으로 낮았다.

여성 임원의 부진은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내 여성 비중 저조로 이어졌다.

한국의 기업 이사회 내 여성 이사 비중은 2.4%로 전체 비교 대상국 44개국 중 세 번째로 낮았다.

한국보다 여성 이사 비중이 낮은 곳은 일본(1.6%)과 파키스탄(1.5%)뿐이었다.

노르웨이의 여성 이사 비중은 39.7%에 달해 가장 높았다.

이밖에 스웨덴(30.3%), 프랑스(29.6%), 핀란드(29.5%) 등 주로 유럽 국가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미국은 13.7%, 중국은 10.7%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걸림돌로 출산과 육아 문제를 꼽았다.

여성과 남성 간 임금 격차가 크다는 점도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 활동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여성의 임원 비중이 낮을 뿐만 아니라 남녀 간 임금 격차가 39%로 비교 대상국 중 가장 컸다"며 "이는 여성이 자신이 속한 기업에 헌신하고 조직 내에서 성장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이사회와 고위 경영진에 여성 비중이 높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성향, 주가상승률 등 기업성과가 좋았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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