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9월 또는 10월 중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에 올라설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인용해 지난 8월 미국의 석유(에탄·프로판 등 액화석유 포함) 생산량은 하루 평균 1150만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와 거의 같은 수준이었으며 9월 또는 10월에 사우디 산유량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수압파쇄나 수평시추 공법 등 신기술을 통해 땅속 퇴적암층에 묻혀 있는 원유(셰일오일)를 뽑아내는 이른바 ‘셰일 혁명’ 덕분에 원유 생산이 급증하고 있다. 2008년 하루 500만배럴이었던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이달 887만배럴까지 늘어났고 연내 900만배럴을 돌파할 전망이다. FT는 지난 2년간 하루 평균 350만배럴 이상 늘어난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분은 전 세계 석유 공급 증가량과 거의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셰일혁명’은 국제 에너지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시리아·이라크 사태, 리비아 내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충돌, 미국의 이라크·시리아 공습 등 잇따른 지정학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2년째 하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2012년 초 배럴당 125달러를 넘어섰지만 현재 95달러로 2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제프 루빈 전 CIBC월드마켓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석유가 화석연료의 사촌 형제인 석탄의 길을 따라갈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머지않아 배럴당 40~6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WTI 가격은 현재 배럴당 93달러로 16개월 만에 최저치다. 미국의 셰일오일·가스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전체 석유소비에서 수입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60%에서 지난해 32%로 낮아졌고 내년에는 21%로 떨어질 전망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