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한국GM, 르노삼성, 현대중공업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횟수다. 한국GM, 르노삼성은 지난 8월 합의안에 서명했다. 통상임금 문제로 입장차를 보이던 현대차 노사도 지난 29일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지만 강성 노조들이 극단적인 파업 없이 협상을 타결한 것은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이에 반해 현대중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2분기 1조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만큼 경영효율화를 위해 노사 양측이 힘을 모아도 부족한데 노조 집행부의 태도에 이렇다 할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윽고 노조 집행부는 지난 23일부터 시작된 파업찬반 투표를 무기한 연장했다. 교섭도 중단된 상태다.
투표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노조 측은 “사측이 조합원들의 투표를 방해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섭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투표를 방해한 적이 없다”며 “투표율이 저조하게 나오자 기간을 연장한 것”이라고 했다. 노사가 대립하는 사이 5월에 시작된 교섭은 5개월 가깝게 표류하고 있다.
이에 비해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강성 계파가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임금 인상액(월 9만8000원)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통상임금을 포함한 임금체계를 선진화하기 위한 노력에도 합의했다. 노사 모두 원·달러 환율 하락과 소비 침체 등 어려운 대내외 여건을 감안한 것이다.
현대중 노사도 하루 속히 교섭을 재개해야 한다. 19년 무분규 전통이 깨진다면 해외 수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주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창사 이후 한 번도 없었던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최대 피해자는 조합원이 되는 것이다.
사측은 물론 상당수 조합원들은 조기에 협상을 타결하길 바라고 있다. 파업 후유증을 잘 알고 있어서다. 노조 집행부는 쟁의행위 돌입을 위한 투표 결과를 공개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서둘러 협상을 타결하지 않으면 고객과 투자자들은 등을 돌리게 된다.
최진석 산업부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