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싱가포르 주롱섬 바다 밑에 건설한 동굴 모양의 유류저장탱크. 930만배럴의 석유를 채울 예정이다. 현대건설 제공
현대건설이 싱가포르 주롱섬 바다 밑에 건설한 동굴 모양의 유류저장탱크. 930만배럴의 석유를 채울 예정이다. 현대건설 제공
현대건설은 최근 싱가포르 주롱섬에서 동남아 최대 규모의 해저 유류비축기지를 완공했다. 930만배럴의 원유를 바다 밑 암반 속에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이다. 30만t급 유조선 다섯 척과 맞먹는 저장량이다.

현대건설은 바다 밑 암반을 수직으로 130m 파고들어간 뒤 그 속에 가로 길이 340m, 높이 27m짜리 유류저장탱크를 건설했다. 해저 암반 깊은 곳에 터널 모양의 저장시설을 건설하는 공사여서 지상 터널과 달리 최첨단 공법이 동원됐다.

최대 난관은 벽면 틈새를 타고 바닷물이 끊임없이 들어온다는 점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라우팅(grouting) 공법을 적용했다. 터널에 생긴 작은 틈새를 모두 메우는 공사다. 드릴로 지름 4.5㎝ 크기의 작은 구멍을 15~20m 깊이까지 뚫은 뒤 고압으로 시멘트를 분사해 작은 틈까지 모두 채웠다.

기름이 증발하면서 생기는 기체인 석유 증기가 퍼지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난공사였다. 석유 증기가 비축기지 내부에 퍼질 경우 직원들이 질식하거나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이 문제는 인공수막(water curtain) 공법으로 해결했다. 저장탱크에서 30m 떨어진 곳에 수평으로 작은 터널(폭 5m×높이 6m)을 만들었다. 여기에 10m마다 수직으로 작은 구멍(지름 10㎝×깊이 70m)을 뚫어 물을 채웠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토목 기술력을 확보함에 따라 플랜트 위주의 수주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