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살린 美경기 회복] 美 소비지출 늘었지만 '불안감'도 커져
지난 8월 미국의 자동차판매는 1750만대로 2006년 1월 이후 약 9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낮은 휘발유 가격과 2015년 모델 출시를 앞둔 자동차 업체들의 판촉 강화도 작용했지만 가장 큰 요인은 경기회복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견조한 제조업생산과 신규주택판매 증가, 고용 증대 등 모든 거시지표가 양호하다”며 “경기회복이 소비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나온 8월 소비지출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9일 미국 가계의 8월 소비지출이 전월 대비 0.5% 늘어나 5개월 만에 최고 증가세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개인소득 증가율도 0.3%로 0.1%포인트 높아졌다.

지난달 소비지출 증가는 자동차로 대표되는 내구재에 대한 소비가 1.9% 늘어난 것이 크게 작용했다. 휘발유와 의류 등 소비재에 대한 가계 지출도 0.3% 증가했다. 7월 마이너스를 보였던 소비지출이 8월 들어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전문가들은 3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약 3.6%에 근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지출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미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미국의 견조한 경기회복은 2분기 GDP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4.6%로 2011년 4분기 이후 최고를 기록한 데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26일 나온 2분기 GDP 확정치는 앞서 발표된 잠정치(4.0%)와 수정치(4.2%)를 훨씬 웃돈데다 시장의 예상치도 넘어섰다. 1분기 성장률이 폭설 등 악천후에 의한 소비침체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따른 반사효과도 있지만 경제가 회복 수준을 넘어 확장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들의 평가다.

일각에선 가계소득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한데다 소비심리도 들쭉날쭉하다는 점 등을 들어 미국 경제가 정상수준으로 완전 회복됐다고 보긴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발표된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달의 93.4에서 86으로 크게 낮아졌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가 있었던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최근 4개월 연속 오르며 지난 8월에는 2007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인 93.4에 달했다.

지수를 작성한 민간 리서치그룹인 콘퍼런스 보드는 “소비자들이 향후 고용사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본데다 미국 경제에 대한 단기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지수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