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쏟아부은 국제행사…짧았던 축제 끝모를 '빚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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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엑스포공원은 결국 철거
여수 부지도 매각 번번이 무산
활용방안 공모전 문의조차 없어
국비 8752억 투입한 영암 F1
내년 대회 불발…적자 1902억
여수 부지도 매각 번번이 무산
활용방안 공모전 문의조차 없어
국비 8752억 투입한 영암 F1
내년 대회 불발…적자 1902억
정부가 철거를 결정해 폐쇄 2개월여를 앞둔 1일 대전엑스포과학공원. 산책로가 된 엑스포과학공원에는 일부 시민이 나와 마지막 공원 모습을 담기 위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오은미 씨(38)는 “세금을 낭비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추억이 서린 과학공원이 철거되는 게 가슴이 더 아프다”고 말했다.
심각한 운영 적자로 지난달 19일 철거 결정이 난 대전엑스포과학공원은 11월 말 철거에 들어가 내년 8월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사후관리가 안돼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20년 만이다.
이처럼 매년 적자 경영으로 세금만 먹는 하마로 전락한 대형 국제행사장은 한둘이 아니다. 대전엑스포과학공원을 비롯해 여수세계박람회장, 전남 영암F1경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행사장은 국제행사를 치른 후 애물단지가 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겉도는 사후관리에 세금만 축내
연인원 1400만명이 다녀갈 만큼 대전엑스포는 성공적이었다. 당시 정부는 대전엑스포가 열린 과학공원을 미국 디즈니랜드 엡콥센터 모델을 참조해 오락·과학단지로 꾸밀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엑스포 종료 후 민간 운영업체 선정에 실패하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매년 10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적립금 986억원도 바닥을 드러냈다.
대전시 관계자는 “폐막 이후 12차례 용역을 통해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철거 후 엑스포과학공원에는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이 들어온다.
폐막 2년이 지난 여수세계박람회장의 사후 활용 방안도 겉돌고 있다. 세 차례의 공개매각은 모두 무산됐다.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마감한 사후 활용 개발사업 제안 공모에 한 통의 전화 문의도 없었다. 매년 40억원의 적자만 쌓이고 있다.
여수박람회는 부지 매입과 건축 등 시설비 1조7921억원, 박람회장 운영경비 3079억원 등 총 2조1000억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입장료, 광고, 기념품 판매 등 운영 수입은 1555억원으로 ‘빚잔치’로 끝났다. 박람회에 참가한 한화, GS칼텍스 등도 박람회장 운영을 거절했다.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는 공동 실시 중인 용역 결과가 내달 나오면 이를 토대로 최종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F1(포뮬러 원) 코리아그랑프리(한국대회) 개최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영암의 F1경주장은 ‘세금 먹는 하마’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국비 8752억원이 투입된 F1 한국대회는 계약대로라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열려야 한다.
하지만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대회 누적 적자 규모가 1902억원에 이르는 등 대회를 개최할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주장을 건립하면서 발생한 전남도의 미상환 부채도 1357억원에 달한다. 눈덩이 적자는 매년 지급해야 하는 개최권료 때문이다. 포뮬러원 매니지먼트(FOM) 측에 지급해야 하는 개최권료는 2010년 360억원에서 매년 10%씩 할증돼 2013년에는 500억원대에 육박했다. 이자도 매년 46억원씩 내야 한다.
◆관리감독 강화 한목소리
광주·전남지역의 한 시민단체는 “영암F1경주장과 관련한 대규모 적자를 전남도가 책임져야 한다”며 전남도를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후관리 계획이 없는 행사는 정부가 허가를 내주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교수는 “수익성을 담보하지 않은 엑스포 단지를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것부터가 주먹구구식 계획의 방증”이라며 “사후 활용 계획은 사전에 면밀한 사업성 검토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 시민단체 관계자도 “앞으로 지자체가 대형 행사를 벌일 경우 사후관리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없으면 정부가 허가를 내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전=임호범/광주=최성국 기자 lhb@hankyung.com
심각한 운영 적자로 지난달 19일 철거 결정이 난 대전엑스포과학공원은 11월 말 철거에 들어가 내년 8월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사후관리가 안돼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20년 만이다.
이처럼 매년 적자 경영으로 세금만 먹는 하마로 전락한 대형 국제행사장은 한둘이 아니다. 대전엑스포과학공원을 비롯해 여수세계박람회장, 전남 영암F1경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행사장은 국제행사를 치른 후 애물단지가 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겉도는 사후관리에 세금만 축내
연인원 1400만명이 다녀갈 만큼 대전엑스포는 성공적이었다. 당시 정부는 대전엑스포가 열린 과학공원을 미국 디즈니랜드 엡콥센터 모델을 참조해 오락·과학단지로 꾸밀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엑스포 종료 후 민간 운영업체 선정에 실패하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매년 10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적립금 986억원도 바닥을 드러냈다.
대전시 관계자는 “폐막 이후 12차례 용역을 통해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철거 후 엑스포과학공원에는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이 들어온다.
폐막 2년이 지난 여수세계박람회장의 사후 활용 방안도 겉돌고 있다. 세 차례의 공개매각은 모두 무산됐다.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마감한 사후 활용 개발사업 제안 공모에 한 통의 전화 문의도 없었다. 매년 40억원의 적자만 쌓이고 있다.
여수박람회는 부지 매입과 건축 등 시설비 1조7921억원, 박람회장 운영경비 3079억원 등 총 2조1000억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입장료, 광고, 기념품 판매 등 운영 수입은 1555억원으로 ‘빚잔치’로 끝났다. 박람회에 참가한 한화, GS칼텍스 등도 박람회장 운영을 거절했다.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는 공동 실시 중인 용역 결과가 내달 나오면 이를 토대로 최종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F1(포뮬러 원) 코리아그랑프리(한국대회) 개최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영암의 F1경주장은 ‘세금 먹는 하마’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국비 8752억원이 투입된 F1 한국대회는 계약대로라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열려야 한다.
하지만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대회 누적 적자 규모가 1902억원에 이르는 등 대회를 개최할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주장을 건립하면서 발생한 전남도의 미상환 부채도 1357억원에 달한다. 눈덩이 적자는 매년 지급해야 하는 개최권료 때문이다. 포뮬러원 매니지먼트(FOM) 측에 지급해야 하는 개최권료는 2010년 360억원에서 매년 10%씩 할증돼 2013년에는 500억원대에 육박했다. 이자도 매년 46억원씩 내야 한다.
◆관리감독 강화 한목소리
광주·전남지역의 한 시민단체는 “영암F1경주장과 관련한 대규모 적자를 전남도가 책임져야 한다”며 전남도를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후관리 계획이 없는 행사는 정부가 허가를 내주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교수는 “수익성을 담보하지 않은 엑스포 단지를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것부터가 주먹구구식 계획의 방증”이라며 “사후 활용 계획은 사전에 면밀한 사업성 검토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 시민단체 관계자도 “앞으로 지자체가 대형 행사를 벌일 경우 사후관리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없으면 정부가 허가를 내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전=임호범/광주=최성국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