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하나·외환 통합 지연은 共滅 지름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추진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는 삭발과 거리투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며 연일 노조에 구애를 보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노사 간 합의로 잘 해결했으면 하는 입장이지만, 최근 은행권의 복잡한 현상에 곤혹스러워 한다. 그러나 정작 금융소비자인 국민과 주주의 이해는 셈법의 제일 뒷자리에 있는 것 같다.

론스타가 대주주였던 시절 외환은행은 배당 극대화를 위한 위험기피 영업을 대가로 직원들은 다른 은행들보다 더 많은 임금을 보장받았다. 외환은행 노조는 한동안 하나금융그룹에 인수되는 것을 반대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영업력을 훼손시켰다. 하나금융그룹에 인수된 이후 이익은 반 토막이 났지만 아직도 임금만큼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실적 악화로 은행은 힘들어 하고 있는데 외환 노조는 ‘2·17 합의서’라는 노사합의서 준수만을 주장하며 모든 잘못을 하나금융 탓으로 돌리는 듯하다. 두 은행의 통합이 무산되고 2017년까지 세월이 흐르면 선거 국면을 틈타 또다시 몇 년을 더 편히 지낼 수 있다는 셈법인 것 같다.

하나금융 경영진은 2012년 노사 간 맺은 2·17 합의서에 얽매여 있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올해가 돼 부랴부랴 통합 추진에 나섰다. 당연히 외환은행 노조는 반대하고 있다. 노조의 2·17 합의서 고수 주장에 하나금융에서는 직원들의 고용보장과 근로조건 유지를 들어 설득하고 있다. 2·17 합의서에 입회인으로 참여한 금융당국은 사적 계약의 입회인 자격이라서 법률적 책임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당시는 대통령 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고 론스타의 국부유출을 우려하는 ‘국민정서법’을 등에 업은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압박에 많이 시달렸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이런 비정상이 정상화돼야 하고 경제논리에 입각한 원칙이 확립돼야 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문제에 대해 금융부문의 효율적 자원배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통합이 답인지, 아닌지 최근 자본시장의 긍정적 신호를 보면 명확한 판단이 설 것이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나 한국씨티은행을 비롯한 은행과 증권회사 등이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2016년부터는 ‘계좌이동제’의 시행으로 더욱 치열한 은행 간 경쟁이 예상된다. 더 이상 통합을 미룬다는 것은 공멸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최대 이해관계자임에도 불구하고 주주와 투자자들은 통합 시너지가 언제 가시화될 것인지 걱정이다. 2017년 선거국면을 틈타 또 통합이 연기되는 리스크를 감내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외환은행의 저조한 최근 실적이 통합의 긴박한 이유인가에 대한 논의는 이들의 진정한 관심이 아니다. 진짜 걱정은 은행 주가가 바닥인 이때에 통합을 통해 경쟁기반을 확보하지 않으면 후일 영업이 정상화될 경우에는 주가 하락, 반대로 영업 상태가 나빠질 경우 팔다리를 자르는 대수술로 겪을 고통이다.

외환은행 노조, 하나금융, 금융당국이 각자의 입장만 고수한다면 통합은 지연되고, 경제의 불확실성과 사회적 비용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모두의 대승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하나금융은 노조와의 대화 시도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존속법인을 외환은행으로 하는 극단적인 수단부터, 합병의 이익을 전 직원에게 돌려주는 방안 등 모든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노조도 머리를 싸매고 진지하게 협상에 나서야 할 때다.

금융당국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원칙에 근거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연 무엇이 한국의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득이 되는지 고민해야 한다. 관련자들 모두 다 실기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이한상 < 고려대 회계학 교수 hanyi@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