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물량배분 담합에 가담한 들러리 입찰 참여자에게 부과하는 과징금이 늘어난다.

공정위는 전체 입찰 물량을 서로 나눠 갖기 위한 담합에 가담한 뒤 일부 입찰 건에서는 낙찰을 받고 일부 건에서는 형식적으로만 참여해 탈락하는 ‘들러리 입찰참여자’들에게 매기는 과징금을 산정하는 기준금액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1일 입안예고했다.

예컨대 특정 업체가 담합에 가담한 다른 업체들과 전체 입찰 물량을 배분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 이후 이를 실행하기 위해 여러 건의 입찰에 참여했다. 이때 이 업체가 갖기로 한 일부 건에서는 낙찰을 받고, 나머지 건에 대해서는 형식적으로 들러리만 서줬다. 이 경우 지금은 이 업체에 매길 과징금 산정 기준이 되는 관련 매출액은 이 업체가 실제 낙찰받은 건의 계약금액이다. 들러리 서준 건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실제 2012년 공정위가 조치한 4대강 턴키공사 입찰담합의 경우 이 같은 이유로 들러리 업체들에 과징금을 부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관련 매출액의 범위를 넓히는 것을 골자로 했다. 들러리만 서고 실제 낙찰받지 않은 건에 대해서도 낙찰자 계약금액 전액을 들러리 업체의 관련 매출액에 포함시키는 내용이다.

현재도 물량배분 담합 외의 일반적인 입찰 담합의 경우 이미 이같이 들러리 업체의 관련 매출액에 낙찰자의 계약금액을 포함시키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물량배분 담합과 입찰 담합이 개념상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물량을 사전에 배분하는 합의를 한 업체들이 합의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입찰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입찰 담합과 동일한 방식으로 관련 매출액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위는 이같이 과징금을 산정할 경우 들러리 입찰참여자가 실제 취득한 이익 규모에 비해 과징금 부담이 지나치게 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들러리 입찰 참여자에 대한 과징금을 산정할 때의 기준이 되는 관련 매출액을 축소 조정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는 관련 매출액을 50%까지 감경할 수 있지만 이를 75%까지 줄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세종=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