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139 대 1의 경쟁률로 모든 주택이 청약 1순위에서 마감된 위례신도시 ‘위례 자이’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청약 상담을 하고 있다. 한경DB
평균 139 대 1의 경쟁률로 모든 주택이 청약 1순위에서 마감된 위례신도시 ‘위례 자이’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청약 상담을 하고 있다. 한경DB
“전용면적 101㎡ 분양권은 8000만원, 121㎡ 분양권은 1억2000만원입니다. 동과 호수가 결정되지 않은 특별공급 분양권인 이른바 ‘물딱지’ 이라서 싼 거예요. 일반공급 당첨자가 발표되면 분양권 웃돈이 더 뛸 겁니다.”

아껴둔 청약통장 전국 10만명이 꺼냈다
2일 서울 지하철 8호선 복정역 입구에 마련된 ‘위례 자이’ 모델하우스 인근에서 만난 이동식 중개업소인 ‘떴다방’ 관계자들은 분양권 가격을 묻는 기자에게 이같이 답했다. 한 떴다방 업주는 ‘층과 향이 좋은 분양권이 매물로 나오면 연락을 달라’고 연락처를 남긴 투자자들이 적힌 장부를 펼쳐 보이며 “2년 뒤 입주 때는 웃돈이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에 더 뜨거워진 분양시장

가을 성수기를 맞은 분양시장이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를 담은 ‘7·24 대책’과 청약통장 1순위자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9·1 대책’ 효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아껴둔 청약통장 전국 10만명이 꺼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번주 청약을 받은 전국 10여개 민간 아파트는 청약통장을 사용한 1, 2순위 청약자만 10만여명을 넘었다. 평균 경쟁률이 139 대 1에 달한 위례신도시 위례 자이 한 곳에만 6만2670명이 몰렸고, 광주 ‘제일 풍경채’(1만9719명)와 전북 전주 ‘송천 KCC 스위첸’(1만7039명) 등 지방 아파트에도 청약자가 많았다. 위례 자이 등 인기 분양권에는 1억원 내외의 웃돈까지 붙었다.

김용태 잠실88공인 대표는 “선호도가 떨어지는 저층이 당첨될 가능성이 있는 121㎡ 특별공급 분양권이 지난 1일 1억2000만원에 거래됐다”며 “래미안 위례 등 앞서 분양된 아파트 가격도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구 부산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띠던 지방 분양시장뿐 아니라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더딘 수도권 분양시장에도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몰리는 게 최근 청약시장의 특징이다. 집값 상승 기대가 낮아 미분양이 많았던 서울 강북권에서 나온 ‘보문 파크뷰 자이’도 1.6 대 1의 경쟁률로 471가구 모두 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택지개발촉진법 폐지로 위례나 판교와 같은 대규모 신도시 조성이 어려워지면서 희소가치가 높아진 수도권 분양시장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분양 증가·분양가 인상 우려도

분양시장 회복 바람을 타고 분양가가 상승하고 있는 데다 공급물량까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미분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례 자이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790만원대로 지난해 6월 인근에서 분양된 래미안 위례신도시와 비교해 60만~70만원가량 높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인 반포 ‘아크로 리버파크’ 2회차 분양가도 지난해 12월 1회차보다 3.3㎡당 300만원 비싸다.

분양 물량 증가도 부담이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분양을 앞둔 아파트는 6만9000여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5만1657)보다 33.5% 늘어날 전망이다. 10월 분양 물량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다. 분양시장 선행지표인 주택 인허가 실적도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31만3602가구로 작년(24만8497가구)보다 26.2% 증가했다. 청약 열기가 식을 경우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