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부터 시작하는 국정감사에서도 기업인 증인들이 줄줄이 불려 나올 전망이다. 일부 상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대기업 총수의 증인 채택을 놓고 막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일단 불러놓고 보자’ 식의 무분별한 기업인 증인 채택 행태가 올해 국감에서도 어김없이 재연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2일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직접 고용 문제를 논의한다는 이유를 들어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또 잠실 제2롯데월드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문제와 관련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포스코의 페놀 유출 사고와 관련해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일부 증인 채택에 반대하면서 최종 의결이 늦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지난 1일 전·현직 기업인 39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동반성장 문제와 관련해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 최종양 이랜드 월드 대표, 김청룡 농협유통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동반성장평가 자료 허위 제출과 관련해 윤동준 포스코 부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외에도 김병렬 GS칼텍스 대표, 차화엽 SK종합화학 대표,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 등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국감 증인 및 참고인으로 12명의 전·현직 기업인을 채택했다. 영업보고서상 경비 과대 계상 의혹을 문제 삼아 황창규 KT 회장, 하성민 SK텔레콤 대표, 이상철 LG유플러스 대표 등 3대 이동통신사 최고경영자(CEO)를 모두 국감에 불러 세울 예정이다. 이석채 전 KT 회장과 김일영 KT샛 대표는 무궁화위성 불법 매각 논란과 관련해, 배경태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단말기유통법 분리 공시 무산 및 제조사-통신사 간 단말기 출고가격 부풀리기 등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정무위원회는 KB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과 관련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의 출석 여부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인들이 대거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여당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상임위에서 대거 기업인을 채택했는데, 정상적 경제활동에 반하는 기업인들의 무차별적 증인 채택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올해 국감 대상 기관을 총 672개로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630개보다 42개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