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실적 개선 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줄 것을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3분기 경영 여건이 어려웠던 만큼 4분기에 전 계열사가 최대한 실적을 끌어올려 한 해를 잘 마무리하자는 취지다.

"삼성, 3분기 어려웠다"…분발 촉구한 최지성
최 실장은 2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열린 미래전략실 4분기 아침회의(조례)에서 “내년도 경영전략 마련을 앞둔 상황으로, 올해 남은 기간의 실적 개선을 위해 더 분발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대 후반~4조원대 후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작년 3분기 영업이익(10조16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실적이 절반 이하로 급감하는 만큼 위기감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적 악화 탓에 삼성그룹 임직원들은 좌불안석이다. 오는 12월 초로 예정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칼바람’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 인사가 이뤄졌던 작년과는 분위기가 완연히 다르다. ‘신상필벌’을 원칙으로 하는 관행에 비춰볼 때 실적이 부진한 상당수 임원은 보직에서 물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직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이러다 희망퇴직 당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미 곳곳에서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유럽 시장에서 노트북 사업을 접었다. 올 5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작년 4분기에는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노트북 판매를 중단했다. 최근 본사 경영지원실 인력 15%를 수원사업장 등 현장으로 내려보냈고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는 무선사업부 소프트웨어 인력 500여명을 다른 사업부로 전환배치했다. 경영지원실의 사무기기 구입비 등 각종 소모성 경비도 50% 삭감하기로 했다.

올 2분기 말 삼성전자의 정규직원 숫자는 9만5976명으로 1분기 말 9만6372명보다 396명이나 줄었다. 정년퇴직이나 이직을 해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몸집을 줄인 것이다. 삼성전자의 정규직원 수가 감소한 것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분사한 2012년 이후 2년 만이다.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도 비상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하면서 부품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삼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을 만드는 삼성전기는 최근 11년 만에 경영진단을 받으면서 일부 부서를 개편하고 소속 직원을 다른 부서로 발령냈다. 삼성테크윈은 창원 CC(폐쇄회로)TV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