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북한의 결승 맞대결에서 승리한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북한의 골키퍼 리명국이 무릎을 꿇고 아쉬워하고 있다.(사진 = 대한축구협회0



이런 것이 운명이란 것인가보다. 북한선수들은 이틀 전에 이라크를 만나 치른 준결승전에서 치열한 연장승부를 펼치고 올라왔다. 그런데 이렇게 그들은 또 한국 북한 경기에서 120분을 넘게 뛰고 또 뛰었다. 실로 엄청난 체력과 순발력의 소유자들이었다. 이대로 끝나니 그들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어찌 흐르지 않으랴!



이광종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대표팀이 2일 저녁 8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 북한의 맞대결 연장전까지 이어진 피말리는 승부 끝에 종료 직전에 극적으로 터진 임창우의 거짓말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28년만에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경기 시작 15분만에 한국의 간판 미드필더 이재성이 왼쪽 어깨를 다치는 뜻밖의 변수가 생겼다. 이광종호의 비상이 걸렸지만 약 4분만에 김영욱이 대신 들어가 빈틈을 메웠다. 그만큼 중원 싸움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했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양쪽 골문 앞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여느 경기보다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북한 리혁철의 헤더(18분)와 한국 이종호의 다이빙 헤더(40분)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후반전에는 북한의 윤정수 감독이 적극적인 선수 교체(림광혁, 조광 투입)로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지만 장현수, 김민혁이 버티고 있는 한국 수비의 탄탄한 조직력이 이를 용인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이어진 한국 북한 연장전에서 운명의 갈림길이 만들어졌다. 그것도 연장 후반전 추가 시간에 결승골이 나왔으니 이런 운명도 다시 없을 것 같았다. 분단의 슬픈 역사만큼이나 이 결승전도 안타깝게 끝났다.



주인공은 K리그 챌린지에서 유일하게 발탁된 오른쪽 수비수 임창우의 발끝에서 나왔다. 73분에 북한 교체선수 림광혁의 위력적인 중거리슛을 머리로 걷어내는 활약을 펼친 임창우가 마지막 순간에 가장 짜릿한 주인공이 된 것이다.



▲ 한국 북한 결승전에서 연장전 종료 직전에 터진 임창우의 오른발 결승골 순간(사진 = 한경DB)



왼쪽 코너킥이 북한 문지기 리명국도 넘어서 떨어지면서 이용재에게 기회가 왔는데 살짝 넘겨서 골을 노렸다. 이 순간 북한 미드필더 리용직이 왼손까지 뻗어서 핸드 볼 반칙으로라도 막아내려고 했지만 공의 방향이 슬쩍 바뀌며 다시 흘러나왔다. 여기서 임창우의 오른발 받아차기가 거짓말처럼 오른쪽 기둥을 스치며 빨려들어간 것이다.



더 남아있는 시간도 없었기에 곧바로 발리데 압둘라(카타르)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고 희비가 엇갈렸다. 북한선수들 대부분은 그 자리에 쓰러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한국으로서는 28년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북한으로서는 너무나 분한 결과가 된 셈이다. 기쁨과 슬픔이 엇갈린 축구 드라마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남자축구 결승전 결과(2일 저녁 8시, 인천 문학경기장)



★ 한국 1-0 북한 [득점 : 임창우(120+1분)]



◎ 한국 선수들



FW : 이용재



AMF : 김승대, 이재성(19분↔김영욱), 이종호(108분↔김신욱)



DMF : 박주호, 손준호



DF : 김진수, 김민혁, 장현수, 임창우



GK : 김승규



◎ 북한 선수들



FW : 리혁철(63분↔조광), 박광룡



MF : 윤일광(55분↔림광혁/97분↔정광석), 리용직, 서경진, 서현욱



DF : 장성혁, 김철범, 장국철, 심현진



GK : 리명국



- 경고 : 리명국(67분)



- 주심 : 발리데 압둘라(카타르)



- 관중 : 47,120명



◇ 동메달 결정전(17시 인천월드컵경기장) 결과



★ 이라크 1-0 태국 [득점 : 칼라프(62분)]
심재철기자 winsoc@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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