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몸으로 때운다…매달 3800명 감옥行
음주운전으로 벌금 500만원을 부과받은 김모씨(36)는 두 차례의 납부 독촉장을 받은 후에도 벌금을 내지 못했다. 무직 상태여서 수중에 돈이 없었다. 지명수배까지 받자 불안함을 견디지 못한 그는 노역장을 택하기로 했다. 지난 6월 경찰에 자수해 교도소에 수감된 뒤 일당 5만원으로 100여일 동안 노역하고 풀려났다.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벌금을 내는 대신 감옥행을 택한 범법자가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불황 여파로 벌금을 낼 여력이 없어 교도소에서 노역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일 법무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노역장 유치로 벌금형을 대체한 경우는 3만545건에 달한다.

불황의 그늘…올 벌금 3.8조 중 2조 '노역'으로 대체

월평균 3812건으로 올 연말까지는 4만5000건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역대 최대인 2009년 4만3199건을 뛰어넘는 수치다.

법무부는 벌금을 내지 못하는 범죄자가 교도소에서 노역으로 대신하는 환형유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장 3년까지 교도소 노역이 가능하다. 노역을 택한 이들은 일반 수형자와 함께 봉제, 식품가공, 목공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노역 일당은 최저 5만원이지만 벌금액, 노역기간 등을 따져 판사 재량으로 정해진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원 ‘황제 노역’이 알려지면서 국회는 벌금액에 따라 환형유치 기간을 대폭 늘린 형법 개정안을 지난 5월 통과시켰다.

노역장 유치로 대체된 벌금 건수는 2009년 정점을 찍은 뒤 2011년 3만8242건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듬해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해(4만82건) 4만건대로 올라섰다. 액수로 보면 올 들어 8월까지 부과된 벌금 3조8372억원 중 2조1261억원이 노역장 유치로 대체됐다.

정부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생계를 잇기 어려운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 계층 등이 벌금을 부과받고 내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노역장 유치 건수가 증가하자 법무부의 내년 세외수입 예상액을 올해보다 539억원 감소한 1조8310억원으로 책정했다. 벌금을 포함한 세외수입 예상액은 2009년 이후 계속 증가하다 내년에 처음으로 축소됐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