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물감을 매끈하게 칠한 그의 캔버스에는 민화풍의 화려한 원색이 넘실대거나 민화의 전형적인 세밀화 표현법이 등장한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란, 사슴, 학, 복숭아 등 전통적인 이미지에 유년 시절 경험한 시골 마을의 한가로운 풍경이 자유롭게 펼쳐져 있다. 민화적 요소를 차용했을 뿐 작가의 현대적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내용이다.
그동안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 주력해왔다는 그는 “예전에 민화와 현대 회화의 경계를 허물었듯이, 지금은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개인의 고유한 것일 뿐만 아니라 학습된 사고가 뒤섞여 어느 정도는 사회적인 산물이다. 이런 생각에서 그는 “꿈속에 아른거리는 자연에 대한 기억을 붓으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화려하고 말랑말랑한 자신의 그림에 대해 오씨는 “단순히 꽃과 새를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경이로움과 영혼을 담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 캔버스에 담고 싶고, 그림 그리는 시간만큼은 세월이 잠시 멈춘 것처럼 활기가 돌고 집중력이 생긴다는 것. 작업실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그림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는 그는 “밤새도록 작품 세계에 빠져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자연은 인간에게 기쁨을 주는 아이콘입니다. 자연과 대화하면 그 자리에 저절로 내 삶의 작은 ‘행복 우산’이 펴지거든요. ‘집안 일이나 열심히 해야지 무슨 그림이냐’던 남편도 이제는 ‘정말 잘 선택했다’고 자랑스러워합니다.” (02)734-133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