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지주회사인 (주)한화가 공모사채를 발행할 때보다 낮은 금리로 15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한화건설 등 한화 계열사들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금리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주)한화(신용등급 A0)는 지난 1일 3년 만기 회사채 1500억원어치를 사모 방식으로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연 3.33%다. 한화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내달 17일 만기가 돌아오는 18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중 일부를 차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 3.33% 금리는 (주)한화 회사채의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회사채 금리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주)한화 회사채 민평금리는 연 3.42%다. (주)한화가 지난 8월 말 공모 방식으로 발행한 3년 만기 회사채(2000억원 규모) 금리는 연 3.70%였다.
소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사모사채는 수요예측 등 공모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어 간편한 대신 발행금리는 대개 공모사채보다 높게 형성된다. 한 증권사 채권 발행 담당 임원은 “발행사가 원하는 금리를 제시하면서 ‘사고 싶으면 사라’는 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공모 회사채와 달리 사모사채는 발행 주관사가 ‘원하는 금리를 맞춰 주겠다’며 수요자를 찾은 뒤 발행하는 구조라 상대적으로 발행금리가 높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주)한화가 싼 금리로 사모사채를 발행할 수 있었던 이유로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 감소를 꼽고 있다. (주)한화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 한화건설의 실적 개선 기대가 금리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건설은 해외 사업 손실이 이미 2분기 실적에 대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추가 손실 가능성은 낮아진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