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일본 제조업 부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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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설 파리/산업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
지난 3일(현지시간) ‘2014 파리모터쇼’가 열린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누군가 폭스바겐 부스에서 연거푸 차량 사진을 찍자 폭스바겐 직원들이 이를 말리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폭스바겐 담당자들이 계속해서 “스톱(stop)”을 외쳤지만 한쪽에서는 계속 “쏘리(sorry)”를 연발하며 차량 이곳저곳을 촬영했다. 일본인들이었다. 폭스바겐 직원들이 “어느 회사 소속이냐”고 묻자 그냥 “일본 회사”라고 했지만 그들이 가지고 다니는 노트에는 도요타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폭스바겐 직원들이 다른 곳으로 가자 그들은 원래 하던 일을 계속 했다. 한 사람은 수백 개의 차량 사진이 인쇄돼 있는 A3 종이를 들고 다니며 이번에 나온 폭스바겐 신형 파사트와 비교했다. 선임처럼 보이는 다른 사람이 차량 앞쪽에 있는 그릴을 보고 뭐라고 하자 다른 사람이 깨알 같은 글씨로 받아 적었다.
가만히 둘러 보니 폭스바겐 전시장엔 다른 일본인들도 있었다. 선임이 얘기하고 후임이 받아 적는 모습도 앞서 본 도요타 직원들과 판박이였다.
이들은 폭스바겐에서만 이런 일을 한 게 아니다. 축구장 35개 크기(25만㎡)인 파리모터쇼 현장을 샅샅이 훑으며 모든 완성차 회사들의 신차 자료를 수집하는 듯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전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때때로 한국 사람보다 도요타와 혼다, 마쓰다 로고를 달고 있는 일본인들이 더 많이 목격되기도 했다.
한 현대차 직원은 “처음엔 좀 말렸지만 말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어서 관람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선 그냥 사진을 찍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정상급으로 성장해서도 꼼꼼하게 분석하고 연구하는 자세는 배울 만하다”고 했다.
일본인 특유의 겸손함과 함께 모터쇼에서는 디자인 변신을 꾀하는 일본 차메이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엔저 바람을 타고 자신감을 되찾고 있는 일본 제조업체의 모습도 보였다. 엔저로 늘어난 수익을 연구개발 및 디자인 역량 강화에 투자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엔저가 한국 기업에 위협 요인인 이유다.
정인설 파리/산업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
폭스바겐 담당자들이 계속해서 “스톱(stop)”을 외쳤지만 한쪽에서는 계속 “쏘리(sorry)”를 연발하며 차량 이곳저곳을 촬영했다. 일본인들이었다. 폭스바겐 직원들이 “어느 회사 소속이냐”고 묻자 그냥 “일본 회사”라고 했지만 그들이 가지고 다니는 노트에는 도요타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폭스바겐 직원들이 다른 곳으로 가자 그들은 원래 하던 일을 계속 했다. 한 사람은 수백 개의 차량 사진이 인쇄돼 있는 A3 종이를 들고 다니며 이번에 나온 폭스바겐 신형 파사트와 비교했다. 선임처럼 보이는 다른 사람이 차량 앞쪽에 있는 그릴을 보고 뭐라고 하자 다른 사람이 깨알 같은 글씨로 받아 적었다.
가만히 둘러 보니 폭스바겐 전시장엔 다른 일본인들도 있었다. 선임이 얘기하고 후임이 받아 적는 모습도 앞서 본 도요타 직원들과 판박이였다.
이들은 폭스바겐에서만 이런 일을 한 게 아니다. 축구장 35개 크기(25만㎡)인 파리모터쇼 현장을 샅샅이 훑으며 모든 완성차 회사들의 신차 자료를 수집하는 듯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전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때때로 한국 사람보다 도요타와 혼다, 마쓰다 로고를 달고 있는 일본인들이 더 많이 목격되기도 했다.
한 현대차 직원은 “처음엔 좀 말렸지만 말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어서 관람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선 그냥 사진을 찍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정상급으로 성장해서도 꼼꼼하게 분석하고 연구하는 자세는 배울 만하다”고 했다.
일본인 특유의 겸손함과 함께 모터쇼에서는 디자인 변신을 꾀하는 일본 차메이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엔저 바람을 타고 자신감을 되찾고 있는 일본 제조업체의 모습도 보였다. 엔저로 늘어난 수익을 연구개발 및 디자인 역량 강화에 투자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엔저가 한국 기업에 위협 요인인 이유다.
정인설 파리/산업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