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인천대화 - 긴박했던 12시간] 김정은 전용기 타고 경호원 대동…대통령 빼고 다 만났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하루 전 방문 통보…7만5000원짜리 한정식 오찬
김양건, '벌초 대상' 김관진에 "이래 저래 보던 분들"
애국가 연주때 기립…朴 대통령에 '따뜻한 인사말'
김양건, '벌초 대상' 김관진에 "이래 저래 보던 분들"
애국가 연주때 기립…朴 대통령에 '따뜻한 인사말'
북한 최고위 인사의 방문 계획이 우리 측에 전달된 것은 방한 하루 전날인 지난 3일이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청와대는 이날 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소집했다.
북한의 2인자로 꼽히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권력의 ‘쌍두마차’를 끌고 있는 최용해 노동당 비서,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총출동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정치 스타일을 드러내는 것이란 평가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외교·통일·국방장관들은 논의 끝에 이날 오후 북한 최고위층의 집단 방문을 최종 승인했다. 북측에 수용 의사가 전달된 이후 정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는 만큼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의전에도 신경썼다는 후문이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인천에 머무른 12시간 동안 일정도 숨가쁘게 진행됐다. 북측 고위 인사들은 김정은의 전용기를 타고 4일 오전 9시 평양을 출발해 서해 직항로를 통해 오전 10시1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차수(대장 위 계급) 계급장을 단 군복 차림으로 입국했고 양복을 입은 경호원을 대동했다.
우리 측에서는 김남식 통일부 차관이 공항에서 북한 대표단을 영접했다. 이들은 준비된 에쿠스 리무진을 타고 이동해 오전 11시 남측 대표단과 차를 마시며 환담하고 오후 1시50분부터 두 시간가량 인천 시내 한식당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북측은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용해 비서, 김양건 비서, 김영훈 체육상,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손광호 체육성 부상 등 7명이 참석했고, 우리 측은 김관진 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 8명이 자리했다.
오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양측은 남북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양건 비서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남북 선수를 만나서 축하해주려고 방문했다”며 “이번 기회가 우리 북남 사이의 관계를 보다 돈독히 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용해 비서는 “인민들이 통일기를 흔들면서 사심없이 응원하는 것을 보고 체육이 조국통일에 앞섰구나 하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관진 실장도 “‘남남북녀’라고 북쪽 여자축구 선수들이 훌륭한 경기를 했다”며 “결실의 계절인 가을에 남북관계도 수확을 거둬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됐다. 김양건 비서가 북한이 ‘벌초 대상’이라고 공격했던 김관진 실장에게 “이렇게 저렇게 보던 분들이지만 더 구면이 되길 바란다”고 하자 김 실장은 “우리나라 텔레비전에 세 분이 자주 나와서 얼굴이 낯설지 않다, 친숙하다”고 했다. 김 비서는 통일부 장관의 존칭어를 생략하기도 했다. 이날 오찬 메뉴는 7만5000원 상당의 코스 한정식으로 전복구이, 활어회, 갈비 등이 제공됐다.
북측 대표단은 이후 선수촌을 방문해 북한 선수들을 불러 격려했다. 북한 대표단은 폐막식 때 애국가 연주가 나오자 기립했다. 정부는 황 총정치국장이 처음 방문하는 만큼 폐막식 참석 외에 다양한 인사들과 만남을 주선했다. 정홍원 국무총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의원 10여명과도 만났다.
김정은은 친서를 전달하지는 않았으나 황 총정치국장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따뜻한 인사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통일부 장관 명의로 홍삼을 방한 선물로 전달했다. 북측 대표단은 폐막식에 참석한 뒤 오후 10시25분 인천공항을 통해 평양으로 돌아갔다. 북한 최고위급 일행의 방한은 12시간여 만에 끝났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북한의 2인자로 꼽히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권력의 ‘쌍두마차’를 끌고 있는 최용해 노동당 비서,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총출동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정치 스타일을 드러내는 것이란 평가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외교·통일·국방장관들은 논의 끝에 이날 오후 북한 최고위층의 집단 방문을 최종 승인했다. 북측에 수용 의사가 전달된 이후 정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는 만큼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의전에도 신경썼다는 후문이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인천에 머무른 12시간 동안 일정도 숨가쁘게 진행됐다. 북측 고위 인사들은 김정은의 전용기를 타고 4일 오전 9시 평양을 출발해 서해 직항로를 통해 오전 10시1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차수(대장 위 계급) 계급장을 단 군복 차림으로 입국했고 양복을 입은 경호원을 대동했다.
우리 측에서는 김남식 통일부 차관이 공항에서 북한 대표단을 영접했다. 이들은 준비된 에쿠스 리무진을 타고 이동해 오전 11시 남측 대표단과 차를 마시며 환담하고 오후 1시50분부터 두 시간가량 인천 시내 한식당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북측은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용해 비서, 김양건 비서, 김영훈 체육상,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손광호 체육성 부상 등 7명이 참석했고, 우리 측은 김관진 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 8명이 자리했다.
오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양측은 남북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양건 비서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남북 선수를 만나서 축하해주려고 방문했다”며 “이번 기회가 우리 북남 사이의 관계를 보다 돈독히 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용해 비서는 “인민들이 통일기를 흔들면서 사심없이 응원하는 것을 보고 체육이 조국통일에 앞섰구나 하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관진 실장도 “‘남남북녀’라고 북쪽 여자축구 선수들이 훌륭한 경기를 했다”며 “결실의 계절인 가을에 남북관계도 수확을 거둬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됐다. 김양건 비서가 북한이 ‘벌초 대상’이라고 공격했던 김관진 실장에게 “이렇게 저렇게 보던 분들이지만 더 구면이 되길 바란다”고 하자 김 실장은 “우리나라 텔레비전에 세 분이 자주 나와서 얼굴이 낯설지 않다, 친숙하다”고 했다. 김 비서는 통일부 장관의 존칭어를 생략하기도 했다. 이날 오찬 메뉴는 7만5000원 상당의 코스 한정식으로 전복구이, 활어회, 갈비 등이 제공됐다.
북측 대표단은 이후 선수촌을 방문해 북한 선수들을 불러 격려했다. 북한 대표단은 폐막식 때 애국가 연주가 나오자 기립했다. 정부는 황 총정치국장이 처음 방문하는 만큼 폐막식 참석 외에 다양한 인사들과 만남을 주선했다. 정홍원 국무총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의원 10여명과도 만났다.
김정은은 친서를 전달하지는 않았으나 황 총정치국장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따뜻한 인사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통일부 장관 명의로 홍삼을 방한 선물로 전달했다. 북측 대표단은 폐막식에 참석한 뒤 오후 10시25분 인천공항을 통해 평양으로 돌아갔다. 북한 최고위급 일행의 방한은 12시간여 만에 끝났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