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입주자격 불문' 공무원 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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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일 건설부동산부 기자 hiuneal@hankyung.com
“빨리 오시면 좋은 집을 고를 수 있어요. 다른 아파트를 분양받았어도 상관없어요.”
얼마 전 세종시 공무원 임대아파트에 유주택 공무원들도 입주하고 있다는 독자 제보를 받았다. 설마 했다. 왜냐면 무(無)주택 공무원들의 주거안정이라는 공무원 임대주택의 당초 취지와 배치됐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아파트에선 거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세종시 해당 단지 입주 담당자는 “입주자격을 따지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 임대아파트를 지은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지난 8월 임대주택 1029가구 입주자를 모집했는데 절반 이상이 미달됐다”며 “공실로 놔둘 경우 관리비 부담이 늘어나 부득이하게 입주 자격을 일시 확대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최근 세종시 입주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인근 민간 아파트 전셋값이 공무원 임대아파트 보증금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떨어진 만큼 유(有)주택 공무원들에 대한 특혜라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단의 설명에도 일리는 있다. 그럼에도 공무원연금공단이 세종시 공무원 임대주택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또 작년 말까지 누적적자가 9조8000억원에 달해 국민 세금을 투입한 공단 재정에는 추가 부담이 된다. 지난해 2조원의 국고를 보조받은 공단은 임대주택 건립·보수 비용으로 지난해 1528억여원을 썼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은 세종시 지역의 열악한 생활 여건 때문이다. 정부가 도로 아파트 등 세종시 하드웨어 중심으로 조기 완공에만 치중한 탓에 서울의 웬만한 동네엔 거의 들어선 대형마트조차 하나 없다. 세종시로 옮겨온 한 신참 사무관은 임신한 부인 진료를 위해 대전에 있는 산부인과 병원까지 다니고 있는데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털어놨다.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새 상가에 음식점을 열려고 해도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 어렵고 음식 재료를 살 시장도 없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공실을 막으려면 서울·수도권 거주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이사할 수 있게끔 도시 소프트웨어부터 갖춰야 한다는 한 사무관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이현일 건설부동산부 기자 hiuneal@hankyung.com
얼마 전 세종시 공무원 임대아파트에 유주택 공무원들도 입주하고 있다는 독자 제보를 받았다. 설마 했다. 왜냐면 무(無)주택 공무원들의 주거안정이라는 공무원 임대주택의 당초 취지와 배치됐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아파트에선 거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세종시 해당 단지 입주 담당자는 “입주자격을 따지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 임대아파트를 지은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지난 8월 임대주택 1029가구 입주자를 모집했는데 절반 이상이 미달됐다”며 “공실로 놔둘 경우 관리비 부담이 늘어나 부득이하게 입주 자격을 일시 확대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최근 세종시 입주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인근 민간 아파트 전셋값이 공무원 임대아파트 보증금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떨어진 만큼 유(有)주택 공무원들에 대한 특혜라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단의 설명에도 일리는 있다. 그럼에도 공무원연금공단이 세종시 공무원 임대주택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또 작년 말까지 누적적자가 9조8000억원에 달해 국민 세금을 투입한 공단 재정에는 추가 부담이 된다. 지난해 2조원의 국고를 보조받은 공단은 임대주택 건립·보수 비용으로 지난해 1528억여원을 썼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은 세종시 지역의 열악한 생활 여건 때문이다. 정부가 도로 아파트 등 세종시 하드웨어 중심으로 조기 완공에만 치중한 탓에 서울의 웬만한 동네엔 거의 들어선 대형마트조차 하나 없다. 세종시로 옮겨온 한 신참 사무관은 임신한 부인 진료를 위해 대전에 있는 산부인과 병원까지 다니고 있는데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털어놨다.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새 상가에 음식점을 열려고 해도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 어렵고 음식 재료를 살 시장도 없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공실을 막으려면 서울·수도권 거주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이사할 수 있게끔 도시 소프트웨어부터 갖춰야 한다는 한 사무관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이현일 건설부동산부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