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바닷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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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천자칼럼] 바닷가재](https://img.hankyung.com/photo/201410/AA.9154618.1.jpg)
미국에서는 19세기가 돼서야 겨우 식탁에 올랐다. 그 전엔 하인이나 죄수들이 먹는 ‘가난뱅이 치킨’에 불과했다. 인디언은 아예 비료로 썼다. 그러다 경제 성장과 함께 북동부 메인주(州)의 바닷가재 맛이 좋다는 게 알려져 전국에 퍼졌다. 지금도 메인주는 미국 바닷가재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산지다. 한때 남획 때문에 씨가 마를 위기까지 갔다가 어부들이 통발 놓는 순서와 규칙 등을 서로 조율하며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한 일화로 더욱 유명해졌다.
대서양과 맞닿은 이곳의 스토닝턴 섬 부근에서 잡힌 바닷가재는 수온 2~3도의 찬 수조로 옮겨졌다 비행기에 실려 직송된다. 이렇게 국내에 수입된 메인주 바닷가재가 2년 새 9배 이상 늘어났다. 미국산 전체로도 2011년 244만달러에서 지난해 1806만달러어치로 6.4배 늘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귀족 식품’을 반 값에 즐기게 됐다. 대형 마트들의 최저가 경쟁도 작용했지만 더 결정적인 이유는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고 한다. 20%였던 관세가 매년 4%포인트씩 떨어져 8%까지 낮아졌고 2016년엔 완전히 없어진다. FTA 발효 전 마리(500g)당 2만5000~3만원이던 시세는 벌써 1만~2만원 선까지 내렸다. 지난해 꽃게철이 끝난 10월 중순에 대형마트들이 바닷가재 할인 경쟁을 벌였는데 올해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미국산이 늘면서 그동안 우위를 보이던 캐나다산은 다소 주춤한 상태다. 올 상반기 미국산이 703t으로 전년(203t)보다 246% 늘어난 반면 캐나다산은 730t으로 작년(801t)보다 8.9% 줄었다. 하지만 내년에 한·캐나다 FTA가 발효되면 20% 관세가 즉시 폐지돼 미국산보다 싸지고 수입도 다시 늘 전망이다. 우리는 앉아서 바닷가재의 풍미를 더 저렴하게 즐길 수 있게 됐고…. 대게의 소비자가 중장년층인 것과 달리 바닷가재를 찾는 사람은 20~30대가 많다니 앞으로는 연중 할인전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