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글날 단상
한글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쉬는 날로 바뀌고 두 번째다. 공휴일로 다시 지정된 한글날은 필자에게 의미가 깊다. 과거 정책위의장 시절부터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지정하자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문자는 민족과 문화 정체성의 근간이다. 특히 한글은 인류가 사용하는 문자 가운데 누가, 언제, 무엇 때문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아는 세계 유일한 문자다. 그 우수성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번 한글날에는 어른이 아이에게 세종대왕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한글의 소중한 의미를 기리는 날로 승화되기를 바란다.

필자는 한글날 외 다른 두 공휴일도 복원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선 어버이날이다.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고 핵가족화를 넘어 1~2인 가구가 계속 늘고 있다. 효 문화는 빠르게 약화되고 노인은 더욱 소외되고 있다. 효 문화는 우리 민족이 다져온 사회 공동체의 질서다. 노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우리 문화유산이다. 어린이날(5일)에 이어 어버이날에 쉬는 것이 생산성에 차질을 준다면, 어린이날을 5월 첫째 주 토요일로 지정하고 대신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맞다고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과 빈곤율 1위라는 오명을 해소하는 근본적 처방은 아닐지라도 국가가 공휴일로 배려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거란 생각이다.

또 하나는 일제 식민 지배를 벗어나 민주공화정 체제를 수립한 제헌절의 공휴일 복원이다. 민주공화정의 소중함과 가치는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처럼 뜻깊고 상징적인 날들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것은 휴일이 지나치게 많아 경제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였다. 산업화 시절부터 우리는 열심히 일해 왔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속성장도 쉼 없이 흘린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대체휴일제가 적용될 정도로 우리 사회도 달라지고 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일했는지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국가경쟁력 저하가 우려돼 의미를 기리는 날을 폐지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진심으로 그것 때문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역사적, 문화적 공동체로서 동질감을 만드는 것은 생산성과는 비교될 수 없는 값진 자산일 것이다. 더욱이 3차 산업 중심의 현대사회에서는 공휴일의 생산유발효과가 오히려 더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한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전병헌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bhjun@assembly.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