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에 세계 최대 삼성 반도체공장…경기도 요청에 이재용 '조기 투자' 화답
삼성전자가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6일 단일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15조6000억원을 들여 경기 평택시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위기일 때 공격적으로 투자해 미래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더불어 “국가 경제가 어려울 때 삼성이 더 적극적으로 기여해 경제 활성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그룹 최고위층의 의지도 반영된 것이다.

경제 활성화 앞장 … 1년 앞당겨 투자

공재광 평택시장(왼쪽부터), 남경필 경기지사,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금식 경기도시공사 사장이 6일 평택산업단지에서 투자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공재광 평택시장(왼쪽부터), 남경필 경기지사,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금식 경기도시공사 사장이 6일 평택산업단지에서 투자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번 투자 및 지원협약 체결은 2012년 7월 분양계약 체결 이후 약 26개월 만으로, 업계 예상보다 조기에 이뤄진 것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평택 반도체라인 완공 및 가동 시점을 2018년 하반기로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도와 평택시의 조기 투자 요청과 계속 커지고 있는 반도체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겨 투자를 결정했다.

조기 투자 결정은 이 부회장이 최근 남경필 경기지사와 만난 직후 급물살을 탔다. 정부와 경기도는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삼성전자의 조기 투자가 절실하다고 판단해 전력과 용수 등 인프라 지원에 적극 나서며 이 부회장을 설득했다. 이 부회장은 투자 확대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효과 등을 고려해 전격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신규 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총 15만명의 고용 창출에 41조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업계 1위 굳히기 전략

반도체 수급 전망도 조기 투자를 결정하게 된 배경이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 1위인 삼성은 최근 공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등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한동안 부진했던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서도 애플 ‘아이폰7’에 들어갈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제작을 수주하는 등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최근 출시한 자사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4’에는 자체 제작한 AP ‘엑시노스’를 적용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사업 분야에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반도체 투자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신규 라인을 건설하는 등 경쟁력 있는 반도체 사업에 자원을 집중시켜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곳의 주력 생산 제품이 메모리 반도체일지 시스템LSI 반도체일지에 대해선 시장 상황을 보면서 추후 결정할 계획이다.

기흥-화성-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평택 반도체 산업단지가 건립되면 경기도는 기흥부터 화성, 평택으로 이어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게 된다. 세계 반도체산업 메카로서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특히 삼성이 평택까지 생산기지를 확장하면서 기아차 화성공장, 현대차 아산공장, 현대제철 당진공장 등과 이어지는 새로운 서해안 산업단지가 생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앞으로 평택을 차세대 반도체 기지로 육성하고 기흥, 화성과 함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미래를 책임지는 핵심 거점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고 남은 부지에 대한 추가 투자도 검토할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평택고덕산업단지에 투자할 부지는 총 283만㎡ 규모로, 이번 조기 투자분을 제외하고도 204만㎡ 상당의 부지가 남는다.

평택=정지은/남윤선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