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만이 번영의 오아시스(oasis of prosperity)에 남아 있긴 어렵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998년 9월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한 말이다. 당시 아시아 외환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1990년대 후반부터 계속된 미국 경제의 ‘나홀로 성장’이 지속될 수 없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최근에도 글로벌 경제가 미 경제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5일(현지시간) ‘타이거지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지금처럼 미국에만 의존해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타이거지수는 브루킹스와 파이낸셜타임스(FT)가 공동으로 글로벌 경기의 회복세를 측정하는 지표다. 주요 20개국의 실물경기 움직임, 금융 변동성, 기업 및 소비자 신뢰도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FT는 이 보고서 내용을 보도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이 7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4%에서 3%를 갓 넘는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사용 18개국)의 3대 국가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경제는 성장이 멈췄다. 일본은 소비세 인상에 발목이 잡혀 경제가 다시 위축되고 있다. 중국은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이날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7.1%에서 6.9%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7.6%에서 7.4%로 낮췄다.

이와 달리 미국 경제는 고용 투자 수출 등이 일제히 개선되고 있다. 9월 실업률은 5.9%를 기록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6%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유럽 일본 중국 등의 경기둔화가 지속되면서 미 경제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